티소·그뤼네발트·카라바조 등
예수 고난과 부활 모습 그린 작품
깊은 울림과 감동 전해

곧 있으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고난주간이자 사흘 만에 부활하시는 ‘부활절’이 다가온다. 성화를 통해 부활의 기쁨을 함께 누리며 묵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목회자들은 말과 글로 성경을 풀이하지만 화가들은 그림으로 성경을 이야기한다. 화가들은 목회자들이 읽어내지 못한 행간을 그림으로 설교하기도 한다. 예수님께서 못 박혀 돌아가시며 우리들을 바라보신 장면부터 예수님의 부활, 이후 제자들과의 만찬까지 ‘부활’사건을 중심으로 그려진 다양한 성화를 통해 예수님의 숨결을 느껴보자.

제임스 티소의 ‘우리의 구세주가 십자가 위에서 내려다 본 것은’(1886)이라는 작품은 작가가 예수님의 생애를 그린 350여 작품 중 하나다.

보통 화가들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그릴 때, 관람자가 십자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그린다. 하지만 티소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독특한 시점에서 그렸다.

그래서 작품에는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림 아래쪽 가운데에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발만 보일 뿐이다. 그의 발끝에는 막달라 마리아가 있고 그 뒤에는 성모 마리아, 제자 요한 등이 슬픔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에는 신 포도주를 적셔 예수님께 주었던 우슬초 나뭇가지 2개와 해면을 담았다. 왼쪽 위쪽에는 자기 하인의 병을 믿음으로 고친 붉은 망토를 두른 백부장이 보인다. 또 예수님의 죽음을 조롱하는 바리새인들과 관심이 없는 사람들 등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표정을 짓고 있다.

티소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타인에게 내가 어떤 모습인가를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것은 자식을 잃은 슬픔일수도, 믿지 않는 자의 비웃음일수도 있다. 이 그림은 시점 하나만 달리한 변화로 예수님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깨달음을 주고 있다.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부활’(1516)은 예수님의 부활 그림 중 제일 화려하고 찬란한 색채로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토니오 수도원에 있었던 이 그림은 3개의 그림으로 이뤄진 작가의 명작 ‘이젠하임 제단화’의 일부분이다.

부활한 예수님은 눈부신 구체모양의 큰 후광과 함께 하늘로 승천하고 있다. 예수님의 얼굴은 너무 밝아 후광의 빛과 일체를 이루고 있다. 이 모습은 어둠속에서 빛이 되신 예수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아래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창으로 찌르며 조롱했던 어둠을 상징하는 로마병사들은 예수님의 강력한 빛 앞에 눈이 먼 채 쓰러져 있다. 반면 예수님의 표정은 다 이루심을 상징하듯이 평온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배경을 단순히 하고 전체적인 명암대비를 강조해 부활 순간의 긴장감과 환희를 강하게 나타낸 이 그림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또 부활을 믿는 자에게는 영원한 생명과 기쁨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엠마오의 만찬’(1601)은 성스러운 주제를 표현하는 중세의 훈도적 양식을 벗어나 당시 서민들의 일상이 바로 눈앞에서 실연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실적인 그림이다. 그림에서는 두 제자가 예수님이 만찬 중 음식을 축복하자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의 존재를 알아차린 뒤 놀라는 장면이 현실감 있게 표현됐다.

그림 속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통을 겪었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온화하다. 예수님의 붉은 옷은 피의 희생을, 어깨의 흰 천은 부활을 상징한다. 양 옆에 앉은 제자들 중 오른쪽에 앉은 제자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앞에 계심이 놀라워 예수님의 십자가 달리셨던 모습을 표현하듯 두 팔을 벌리고 있다. 또 다른 제자는 놀라움 때문인지 엉거주춤 한 자세로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그 옆에 선 여관주인은 이 상황을 확인하려는 듯 예수님을 주시하고 있다.

예수님의 뒤로 드리운 그림자는 예수님을 향하는 밝은 빛과 강렬하게 대비돼 그의 존재를 강조한다. 이 때문에 그림자는 후광과도 같은 효과를 자아낸다.

카라바조는 이 작품을 통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의 감동적이고 놀라운 순간을 표현할 뿐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자들에게 이 식탁의 만남에 동참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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