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한인들의 절박했던 삶 그려
되돌아본 독일 이민목회 50년


‘유령가족’은 1960년대에 시작된 파독(派獨) 한국 근로자들의 삶을 소설로 엮은 단편소설모음집이다. 물론 그 외에 작가의 소설가로서의 관심이 농축된 작품들도 함께 엮어져 있다.

저자는 재독한인교회 ‘라인·마인한인교회를 세운 고 이화선 목사의 아내이자 작가인 김순실이다. 그녀는 지난 반세기동안 독일에서 살며 자신이 겪고 느끼고 고민해왔던 문제들을 창작소설로 써 묶었다.

총 8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된 이 책에서는 파독 한인 근로자들이 헤쳐 온 절박한 삶의 뒤안길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저자가 경험했던 일을 토대로 창작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1960년대 파독생활이 어떠했을지 영화처럼 당시의 상황이 생생히 전해져 온다.

‘아마추어 인생’, ‘거머리’ 등의 단편소설들은 정든 가족과 이별하고 이방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만 했던 파독 근로자들의 외로움과 고달픔, 출구 없는 고뇌, 정신적 소외감과 자신감의 상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인교회의 역사가 시작되며 숱한 고난을 비료로 쓴 열매가 맺혀지기 시작한다.

저자의 남편 이화선 목사의 이야기를 소설화 한 ‘그해 봄’ 편에서는 주인공 김준구 목사를 통해 그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김 목사는 파독 한인 근로자들의 실상을 보듬으며 독일 종교청에 교회설립의 필요성을 알리는데 앞장섰다. 특히 그들에게 파독 근로자들도 정부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설파했다.

이러한 피눈물 나는 노력을 통해 독일 땅 헷센 주와 낫사우 지역에 재독한인교회 라인·마인 한인교회가 설립됐다. 파독 근로자들에게 있어 초창기 한인교회는 따뜻한 고향이 되어주었다.

어느덧 ‘재독한인교회’가 현지에서 태동한지도 반세기를 넘나들고 있다. 저자는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8편의 각기 다른 내용의 소설을 통해서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서 그 굴곡 많은 역사에 대해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저자는 “되돌아보면 그때의 그 하고많은 사건과 문제의 다발 속에서 그 어느 대목을 잘라서 엮어낸다 하더라도 당시 우리 근로자들이 헤쳐 온 그 절박했던 상황을 엿볼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꿈과비전/410쪽/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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