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북한공사 서울신대서 강연
통일 위한 한국교회의 전략적 접근 강조

“전시용이라고 비난을 받아도 (북한에) 교회를 세워야 합니다. 열성 당원이라도 십자가를 보고 예배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신앙이 생깁니다. 1988년 세워진 봉수교회가 증거입니다. 남북 화해모드에서 한국교회가 요구해야 할 것은 교회 건축입니다”

지난 10월 31일 서울신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소장 박영환 교수)가 주관한 간담회에서 태영호 전 북한공사(사진)는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은 1987년 봉수교회 건축을 시작으로 주요 도시에 10개 교회를 세우려고 계획하고 실행했다”며 “그만큼 종교 말살정책이 성공했다고 자부했고 외부에는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계획은 3개 교회를 건축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당원 중에서 충성심이 높은 열성 당원만을 교회에 보냈는데도 매주 성경을 읽고 예배를 드리자 신앙심이 생긴 것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종교 말살정책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봉수교회를 건축할 당시의 박해 지수가 가장 높았다”며 “종교 말살정책이 성공했다고 판단한 김일성은 교회 건축을 명령했지만 오히려 형식적인 예배라도 교회에 출석했던 당원들이 예수를 믿는 일이 생겼고 결국 3개 교회만 건축한 채 30년 간 중단되었다”고 말했다. 또 “봉수교회를 두고 ‘가짜 교회’ 등 비난이 많지만 십자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하교회 교인들에게는 큰 버팀목이 되고 신앙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1988년 건축된 봉수교회 십자가는 동서남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게 건축되었지만 2005년 재건축을 거쳐 정면에서만 볼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1988년) 교회 건축 후 신자가 생긴 것에 놀란 북한 정권이 십자가를 최소한으로 노출시키기 위해 디자인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의 전략적 접근과 지원도 강조했다. 교회를 건축하는데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를 체제 유지의 위협요인으로 판단하는 북한에게 무조건 교회 건축을 요청해서는 안된다”며 “기독인 관광객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한국교회가 이를 지원한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태 전 공사는 또 통일을 위한 방안으로 ‘소프트 파워’를 제시했다. 과거의 통일이 무력에 의한 점령이었다면 이제는 정보를 통한 흡수와 하나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는 “서독은 수십년 간 동독을 지원하면서 꾸준히 문화교류를 이어 왔으며 그 결과 통일 20년 전부터 서독 방송을 보게했다”며 “무력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정보를 꾸준히 유입하는 것이며 북한을 지원할 때도 이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인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남한의 문화와 정보를 꾸준히 전할 수 있는 전략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교황 방북에 대해서는 ‘교황청 사제 파견’과 ‘북한가톨릭교회 소유권’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하며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태 전 공사는 “교황의 방북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만일 성사되면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북한 주민들도 교황과 가톨릭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여러모로 교황의 방북은 북한의 신자와 주민들에게 큰 반향과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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