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현장에는 항상 위기가 존재한다. 선교지의 긴급 재난과 선교사 추방, 사건사고 등 불시에 찾아오는 선교지의 위기는 선교사뿐만 아니라 후원교회에까지 큰 생채기를 남긴다. 선교사는 하루아침에 공들여 사역하던 모든 것과 삶의 터전을 잃고, 후원교회도 기도와 헌금의 수고가 사라져 허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지진과 쓰나미, 라오스의 홍수 등 자연재해 뿐만 아니라 필리핀에서 셋업(Set-up)범죄의 표적이 되어 구금됐던 백영모 선교사의 사건 등은 우리에게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런 문제가 다른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에 선교사 위기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선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유형이 다양하고 국가별로 대응 범위도 제한이 있어 사실 대처가 쉽지 않다. 실제로 선교사들은 어떤 위기 상황 속에서 사역하고 있을까.

예장합동 측 세계선교부 GMS가 지난해 9월 위기관리팀을 상설화해 선교사에게 발생한 위기상황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대략적인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1979년부터 발생한 GMS 선교사의 위기 가운데 표면적으로 밝혀진 것은 약 380건이다. 이 중에는 질병(164건)과 추방(106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안전사고 36건, 정국불안 30건, 자연재해 12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선교사들 다양한 위험 노출
체계적 위기관리가 중요
추방·사고 발생 사전 대비
천재지변도 발빠른 지원 필요

특히 열대지역이나 비위생적 환경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질병이 많이 발생하고,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중증질환(암)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또 추방의 위기는 주로 중국과 인도 등 선교사의 현지인 대상 선교가 금지되어 있는 지역에서 벌어졌다. 특히 이런  지역에서 선교사의 추방과 입국 거부가 최근에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진, 쓰나미, 태풍, 화산폭발,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위기 발생 건수는 12건에 불과하지만 파급력은 가장 컸다. 안전사고나 정국 불안(내전, 전쟁, 난민, 폭동, 테러)의 빈도수도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선교사들의 위기 상황이 심화되면서 위기관리와 대응에 대한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2007년 선교사가 참수되는 참혹한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한국교회와 선교계는 위기관리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한국세계선교협의회가 정부와 협력해 2010년 12월에 위기관리재단을 출범시켰다. 위기관리재단은 위기대응 매뉴얼을 발간하고 여러 가지 대처 방법과 예방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해외 선교사를 파송하는 국내 단체도 대부분 위기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고 우리교단도 선교지 별 특성을 고려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제작 중이다.

선교사 위기관리 매뉴얼은 상황별 위기관리 방법 뿐만 아니라 멤버케어의 영역으로 개인의 영적, 육적, 심적, 지적인 것을 포함하여 사역적 돌봄(평가, 이양, 전환 등)과 선교사 은퇴 후의 복지까지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어야 한다.

박영환 교수(서울신대)는 “선교사들이 1년차에는 어떤 일을 겪고 3년차에는 어떤 일을 겪는지 똑같이 반복하는데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건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선교사들의 고민도 모으고 선교국에 어떤 지원을 요청하는지, 선교국은 어떤 조치를 했는지, 결과는 어땠는지 자료만 데이터화 해도 매뉴얼이 자동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느 시기에, 어떤 위기를 겪으며, 어떻게 대처하고,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해선위와 선교사, 그리고 후원교회가 함께 위기에 대처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선교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역을 할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총체적 위기관리 방안은 해외선교위원회와 파송교회, 그리고 선교사들이 ‘위기 요인’을 직시하는 것이다.

선교사훈련부터, 사역 기간 동안, 또 안식년과 은퇴 후까지 단계별로 사역과 영적, 신체적, 총체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제대로 된 선교사 위기관리는 다양한 위기로 인한 선교사들의 중도탈락을 방지하고, 선교사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사역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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