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찾아 골목길을 걷는다
근대와 개항의 숨이 살아있는 5곳 소개

서울신대 최석호 교수(관광경영학과)가 최근 우리나라 개항도시 5곳의 골목길을 소개한 책 ‘골목길 역사산책:개항도시편’을 발간했다.

저자가 부산 개항장 소통길, 인천 개항장 평화길, 광주 양림동 근대길, 순천 꽃길, 목포 생명길을 직접 걷고 방문해 쓴 책에는 골목길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개항과 선교사들의 근대정신의 자취가 촘촘히 담겨있다.

피난민, 이민자, 외지인에게 기꺼이 문을 열어준 부산 개항장 소통길. 이곳에서 저자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꼭 필요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발견한다.

인천 개항장 제물포에는 전쟁과 평화의 역사가 스며들어있다. 청일전쟁, 한국전쟁 등으로 상처가 가득한 곳을 거닐며 평화를 떠올린다. ‘바보’라 불린 의사 장기려 선생의 발자취도 느낄 수 있으며 한강 이남의 최초 교회인 초량교회의 역사와 선교사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또 인천에서는 다른 나라의 전쟁터가 되었던 가슴아픈 사연과 우리나라 첫 감리교회인 내리교회의 역사, 복음을 위해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았던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광주읍성 밖 무덤자리 양림동 근대길에서는 목숨을 바쳐 일제에 맞선 사람들의 근대정신을 읽는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순천. 겨울과 봄, 전통과 근대, 반란과 봉기의 경계에 선 이곳에서 꽃과 함께 역사가 피었다. 식민지 수탈도시였던 목포 개항장, 이곳 생명길에는 식민지의 한도 흥으로 이겨낸 노랫소리가 여전히 들린다.

이렇게 책에는 골목길 곳곳이 품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시작으로 정치, 문화, 종교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골목길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맛집을 알려주고 각 장소마다 방문하면 좋을 곳을 한 장의 지도에 담아 소개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길 위에 서면 새로운 역사가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동차에서 내려 걷기여행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남북의 두 정상이 걸었던 도보다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북 관계가 급진전하고 있는 요즘, 걷기는 역사산책이다. 남북이 서로 나눠 걸으면 우리나라를 온전하게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 저자가 역사산책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시루/400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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