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 말어? 모두 그에게 묻는다

우리나라 정치 1번지 여의도. 이곳에서 정치판을 뒤흔드는 가장 영향력 있는 곳을 꼽는다면 어딜까? 바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다. 19대 대선 여론조사에서 정확도가 가장 높았던 리얼미터는 얼마 전 6.13 지방선거에서도 지상파 방송3사 합동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내놓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리얼미터를 이끄는 대표가 성결인 이택수 장로(신길교회)다. ‘여론의 사나이’로 불리는 이택수 장로, 그는 여론이 좌우하는 세계를 외줄 타듯이 걷고 있다.

국내 최초 주간 정례조사 시작
“믿어?” “말어?” 도대체 알수 없는 민심에 대해 다 그에게 묻는다. 하지만 그는 한때 기자가 되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연세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일간지 기자나 방송국 PD를 지원하려 했다. 그러나 1997년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꿈이 날아갔다. 일간지나 방송국은 아예 신규채용 문을 닫아버렸다. 이 장로는 그 때 “기자는 내 길이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했다.

이후 대학원 은사의 도움으로 1999년 인터넷 이용자들의 이용행태를 분석하는 인터넷 접속률 조사를 시작했다. 투자를 받아 시작한 첫 사업이었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잠시 다른 사업을 하던 이 장로는 2005년 김어준 씨가 진행하던 CBS라디오 시사쟈키에 출연했다. 당시 시사쟈키가 가을개편을 하면서 이 장로에게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 주간 정례조사 코너를 제안했다. 제안을 수락한 이 장로는 그렇게 국내 최초로 정례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시청자 반응이 뜨거웠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권 정례조사를 시작했고 이것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를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CBS 시사쟈키에서 시작된 정례조사는 MBN 등 각종 방송을 탔다. 지금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김어준의 ‘뉴스 공장’ 등 인기코너로 자리잡고 있다.

장애와 편견의 벽 뚫어
여론조사 기관으로 후발 주자인 리얼미터가 이렇게 잘 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리얼미터는 2008년 총선 여론조사에서 가장 정확한 조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리얼미터는 오차범위가 3.5%포인트 이내였으나 방송3사는 오차범위가 6~7%포인트였다.

리얼미터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방송 3사 조사보다 더 정확한 결과 예측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을 제외한 선호 후보 응답자를 100%로 환산할 경우 최종득표율과의 격차는 평균 6.5%포인트로, 같은 방식으로 환산한 방송3사 여론조사 평균 격차(12.9%포인트)보다 적었다.

지역별로는 경기, 제주, 부산, 울산, 세종, 대구 등에서 실제와 가장 가까운 지지율 격차를 맞췄다. 경기지사의 경우 이재명 56.4%, 남경필 35.5%를 득표(20.9%포인트 차)했는데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는 56.4%대 35.4%(21%포인트차)로 차이는 0.1%포인트에 불과했다.

제주의 경우 원희룡 후보와 문대림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1.7%포인트였는데 리얼미터는 13.4%포인트, 방송3사는 14.1%로 리얼미터가 더 정확했다. 이 밖에 부산, 세종, 대구 등도 1,2위 간 득표율 격차에 더 가까웠다.

지난해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지상파 방송3사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발표한 출구조사에 버금가는 정확한 수치를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방송사의 출구조사 비용이 약 12억 원에 달했으나 리얼미터는 2,500만 원의 비용으로 이 같은 결과를 냈다는 점이다.

이택수 장로는 “기존 업체들은 뉴미디어 활용에 소극적이다. 아직도 전화면접 조사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 리얼미터는 신생업체였기 때문에 도전하는 정신으로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면서 “전화면접 위주의 조사방식 대신 기존 업계가 외면한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방식이나 부동층 심리 분석 등 새로운 조사, 분석 기법을 적극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ARS를 외면한 이유는 조사 단가 차이에 있었다. ARS조사가 1인당 3,000원이라면 전화면접조사는 1만 원~1만5000원으로 3~5배 차이가 났다. 이 때문에 리얼미터가 ARS조사방식을 도입하자 “ARS는 부정확하다. ARS는 가격을 낮춰 여론조사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가짜정보가 퍼져나갔다.

그런 업계 풍토에서 이 장로는 7년간 적자를 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투자자를 모아 적자를 메워나갔다. 여론조사 시장의 견고한 진입장벽을 깨뜨리는 시도도 했다.

기존 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마케팅조사협회와는 별도로 신생업체들을 모아 한국정치조사협회를 결성해 대형 업체들과 경쟁했다. 또 2009년부터 여론조사를 매일 실시하고 데이터를 모아 매주 월요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정례조사 방식으로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대선 때에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팀과 함께 부동층을 대상으로 내재적 선호도 실험, 즉 부동층 심리 분석을 대통령 선거 조사에 세계 최초로 도입해 가장 정확한 여론조사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내재적 선호 측정 기법(IAT, Implicit Association Test)은 여론조사상 부동층으로 분류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특정후보의 얼굴 사진에 대한 ‘호불호’를 0.001초 단위로 측정하는 방식 등을 통해 내재화된 선호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리얼미터는 세계 최초로 내재적 선호측정 기법을 선거 예측조사에 도입해 성공을 거두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편견과 압력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 새로운 시대상황에 적응하는 이 장로의 노력이 오늘의 리얼미터를 만들었던 것이다. 리얼미터의 공신력이 높아지면서 이 장로는 2014년부터 2년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뉴스와 신문에 제일 많이 인용 보도되는 여론조사기관도 리얼미터다. 사회이슈가 터질 때마다 여론의 추이를 묻는 기자들의 문의도 쇄도한다.

그러나 리얼미터 대표가 갖는 애로와 고충도 크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조사 등을 발표하면 상대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낮게 나온 후보와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심한 경우 고소고발을 하기도 해 사무실 압수 수색을 당할 때도 있다. 이 장로의 전화와 문자 기록까지 조사 대상이다. 그래서 이 장로는 이 일을 할 때 기도를 많이 한다. 진실된 정보만 전달할 수 있도록, 실수하지 않도록 말이다.   

교회서 드럼 치는 장로
모태신앙으로 대구에서 태어난 이택수 장로는 부모를 따라 6살 때 처음 신길교회에 나왔다. 그 때부터 40년 넘게 신길교회를 출석하고 섬긴 이 장로는 지난 4월 장로로 장립됐다. 그는 “아직 ‘장로’라는 호칭이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무거운 책임감도 든다. 사회에서 공인으로 활동하기에 더욱 조심스럽다”고 했다. 

음악과 찬양을 좋아하는 이 장로는 주일 오후예배 때 찬양팀 ‘드러머’로 변신한다. 대학부 시절 교회에서 처음 드럼을 구입해 그에게 드럼을 맡겼다. 기초부터 착실히 배운 이 장로는 지금은 준 프로급 실력을 가진 드럼 연주자가 됐다.

기타실력도 수준급이다. 6학년 때 처음 샀던 기타가 아직 그의 사무실에 놓여 있다. 대학 때는 대학가요제 나갈 생각도 했다. 그의 음악사랑은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여러 문화·예술인들과 교류에 나서고 있다. 2012년부터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장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근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리얼미터는 KB국민카드, 넷마블게임즈, 아이엠그루 등 3개사와 빅데이터 지식사업인 ‘빅디퍼’에 대한 공동투자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빅데이터 사업에 나섰다.

리얼미터는 35% 지분을 가진 1대 주주다. 리얼미터의 시장조사 노하우와 국민카드의 빅데이터 분석력, 넷마블게임즈의 플랫폼 운영 및 마케팅 경험, 아이엠그루의 빅데이터 관련 정보기술(IT) 역량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산업은 빅데이터에 의존해 갈 수 밖에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빅데이터 시장에 대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이택수 장로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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