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사랑의교회 초청 미국 문화체험
신곡리에 별빛교회 건축…다음세대 비전 심어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진짜였다. 교회 건축 빚도 다 못 갚은 시골교회 목사가 마을 어린이 22명을 데리고 9박 10일 미국여행을 다녀왔다. 밀양 별빛교회 김태군 목사 이야기다. 3년 전 아이들에게 미국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이 현실이 됐다.

전국노래자랑에 나가다
“얘들아, 너희들 꿈을 가져. 목사님은 너희들 다 데리고 미국 가는 게 꿈이야” 서울도 못 가본 아이들에게 ‘미국’은 상상 속의 나라였다. 성경 말씀을 믿는 것보다 미국 보내준다는 목사의 말이 믿기 더 어려웠을 거다. 3년 전 그렇게 김태군 목사는 교회학교 아이들에게 꿈을 심고자 약속을 했지만 그 꿈을 3년 만에 이룰 줄 몰랐다.

김태군 목사
시작은 ‘KBS 전국노래자랑’이었다. 지난해 4월 전국노래자랑이 밀양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 이장이 평소 마을 어르신들에게 구성진 노래로 즐거움을 선사하던 김 목사에게 참가신청서를 주며 출연을 제안했다.

일주일을 고민하던 김 목사는 선배목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선배목사는 “마을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린다는 생각으로 나가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용기를 얻은 김 목사는 ‘향수’란 곡으로 전국노래자랑에 나갔고 기대하지도 않던 최우수상을 탔다. 무대에서 1인 2역의 음색을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최우수상 상금은 150만 원이었다. 빚 많은 시골교회 목사가 평소 만져보기 힘든 거금이었다.

그는 상금으로 마을잔치를 열었다. 5월 8일 어버이날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어르신들을 정성껏 대접했다. 너무 즐거워하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김 목사는 폭탄 발언(?)을 했다.

“매년 어버이날에 마을잔치를 열어드리겠습니다!”

돈은 없지만 어르신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내년에도 꼭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자 마을 어른들이 만나기만 하면 쌈짓돈을 꺼내 김 목사 손에 쥐어줬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올해도 돼지를 잡았다.

미주서 별빛교회 어린이 초청
전국노래자랑에서 상 받은 일이 잊혀 질 무렵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12월에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선이 있는데 참가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참가 하겠다”는 말이 바로 나왔다.

별빛교회 내부
언제인지를 물어보니 공교롭게도 주일이었다. 목회를 하는 입장에서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선배목사가 지혜를 주었다. 주일예배 인도를 타 교회 부목사에게 맡기고 연말결선에 나간 김 목사는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다. 대상 트로피와 상금 500만 원이 주어졌다.

이 상금으로 뭘 할까 생각하던 그는 아이들을 미국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한 일이 생각났다. 그러나 22명의 아이들을 모두 데려가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김 목사는 당장 미국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해 상금으로 아이들을 미국에 데려가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 지인을 통해 김 목사의 이야기가 미국 교민신문에 실리게 됐고 우연히 이 기사 내용을 접한 남가주사랑의교회 노창수 목사가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노 목사는 당회에 신문 10여 부를 가져가 “우리교회가 별빛교회 아이들의 미국여행을 도와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당회원들이 하나둘 손을 들었다. “제가 두 명의 항공권을 책임지겠습니다” “저도 한 명을 책임지겠습니다” 그렇게 십시일반으로 섬김의 손길이 이어졌다. 별빛교회 아이들의 미국여행 기간 숙식을 제공하는 홈스테이에 자원하는 성도들도 있었다.

5살 유아부터 중학생까지 22명의 아이들과 3명의 어른 등 총 25명이 지난 2월 18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거짓말처럼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미국 LA국제공항에 도착한 별빛교회 일행은 남가주사랑의교회 성도들의 집에 흩어져 여장을 풀었다.

미국여행은 꿈꾸던 그대로였다. 교회 인근의 디즈니랜드 방문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디스커버리센터, 유니버셜 스튜디오, 바이올라대학, 밸리크리스천초등학교, 크리피스 천문대, LA다저스구장, UCLA대학, 산타모니카해변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아이들은 기쁨에 환호했다.

주일에는 남가주사랑의교회 1, 2, 3부 예배에서 별빛교회 어린이들이 찬양을 하고 오후에는 김태군 목사가 전국노래자랑 대상곡인 ‘향수’를 선보였다. 고국의 시골교회 목사와 아이들의 무대에 교회는 금방 울음바다가 됐다.

미국여행은 모두에게 꿈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김태군 목사는 “미국이 왜 선진국인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남을 위한 배려와 사랑, 섬김을 배운 귀한 교육의 장이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곡리 명물 별빛교회
별빛교회는 밀양 시내에서 17km 정도 떨어진 상동면 신곡리에 위치한 작은교회다. 김태군 목사는 2012년 목사안수를 받은 후 현 별빛교회인 신곡리교회에 부임했다. 당시 성도들은 8명이 전부였다.

별빛교회 전경
부임 1년이 지난 후 김 목사가 교회를 새로 짓자고 제안하자 건축에 부담을 느낀 성도들은 하나둘 교회를 떠났다. 가까운 마을에 사는 90대 할머니 두 명만 남았다.

그래도 교회 건축을 포기할 수 없었던 김 목사는 송윤정 사모와 함께 딸기잼을 만들어 판매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하지만 딸기잼 판매 수익으로는 이자 갚기도 부족했다. 그런데 딸기잼을 팔아 교회를 건축하고 있다는 별빛교회 이야기를 들은 생면부지의 한 성도가 헌금 1억 원을 보내왔다. 그것으로 기본적인 건축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새성전을 건축한 후 별빛교회는 2015년부터 매년 봄·가을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해 ‘신곡리 별빛음악회’를 열어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별빛교회는 청소년·청년들의 수련회 장소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해 10여 곳의 교회가 농촌봉사와 수련회를 겸해 신곡리를 찾아온다. 아직은 시설이 부족해 청소년들이 예배당 바닥에서 잠을 잘 때가 많지만 앞으로 수련회용 숙소와 식당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다음세대를 향한 비전

김태군 목사와 교회 어린이들
별빛교회는 아이들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교회다. 장년 성도들이 다 떠나고 남은 빈자리를 아이들이 채웠다. 김태군 목사가 어려움 속에서도 목회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다.

김 목사의 세 자녀 외 상동초등학교 전교생 30명 중 20명이 별빛교회에 나온다. 특별히 전도를 한 것도 아니다. 한명의 아이가 또 다른 아이를 데리고 오는 식으로 불어났다. 이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별빛교회도 없었을 것이다.

김태군 목사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이혼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의 아이 등 가난한 농촌에서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자란 아이가 대부분이었다. 불우한 환경 때문에 꿈까지 잃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김 목사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가난 때문에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고 꿈도 없이 방황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래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꿈을 이야기했다.

아이들과 미국을 다녀온 것은 꿈의 시작일 뿐이었다. 최근 밀양의 한 극단 연출자가 별빛교회 아이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별빛교회 아이들이 직접 출연하는 조건이었다. 가난한 시골교회 아이들이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서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이들의 신앙을 위해 이런 노래도 가르친다. “0+1=100, 비록 내가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예수님 한 분이면 충분합니다. 100-1=0, 100% 성공한 인생이라도 하나님이 빠지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김 목사는 최근 동역자를 만나 밀양 시내를 조금 벗어난 곳에서 청소년 캠프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천혜의 환경에 부지와 건물은 이미 마련돼 있어 프로그램과 강사만 준비되면 사역을 시작할 수 있다.

김태군 목사도 강사로 설 계획이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이야기하고 그 꿈을 하나님이 어떻게 이루어주셨는지 간증하고 싶다. 전국노래자랑 대상곡 ‘향수’와 찬양도 들려 주려한다.

날마다 꿈이 영글어가는 별빛교회 김태군 목사와 아이들의 10년 후가 기대된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