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총기 등 소지 혐의 납득 안가
수색영장과 소환장 다른 곳에 발송
‘준비된 함정’ 의혹 누명 의심 돼
교단, 석방 위한 기도·청원 운동

▲ 백영모 선교사
우리교단 백영모 선교사(필리핀)가 불법무기 소지 혐의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필리핀 경찰 당국에 체포, 구금돼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로 18년째 필리핀에서 사역 중인 백 선교사는 지난 5월 30일 오후 2시 30분 경 마닐라 인근 페이스아카데미(Faith Academy) 내에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됐다. 체포 사유는 불법 총기와 폭발물 소지 및 취급 관련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명의 기회조차 없이 강제 연행된 백 선교사는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음에도 현재 마닐라의 동쪽 끝 안티폴로시티 경찰서 유치장에 20일 넘게 구속 수감되어 있는 상태다.

안티폴로 경찰당국에 따르면 백 선교사와 한우리복음선교법인(Hanwoori Evangelical Mission Inc) 행정관 죠 라미레즈와 미구엘 톨렌티노 등은 서로 공모하고 합의하여 적합한 기관의 등록 허가 없는 권총과 수류탄, 총탄 등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 구금됐다.

현지 경찰 측은 문제가 된 불법 총기류와 폭발물은 지난해 12월 15일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선교법인 소속 건물을 수색했을 때 발견되었고, 관련 조사를 위해 백 선교사에게 여러 차례 경찰에 출석명령을 했으나 우편물을 수취하고도 출두하지 않아 체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 선교사는 경찰당국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 당국의 갑작스러운 수색과 선교사의 체포과정에서 석연치 않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 사건 자체가 의혹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곳은 불법 무기가 발견된 한우리선교법인이 아니라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필리핀국제대학교(Philippine International College)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경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학이 아닌 선교법인 건물을 수색했고 무장 경비의 숙소에서 권총과 수류탄 등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백 선교사의 경우 한우리선교법인의 직원도 아니고 그곳에서 거주하지도 않기에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불법 총기류 소지 관련 혐의를 받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백 선교사 측의 설명이다. 더욱이 그런 총기 및 폭발물을 본적도 없고, 그가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본 사람이 없는데도 체포하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백 선교사 부인 배순영 선교사는 “현재 거주지에서 9년째 살고 있지만 출두명령을 고지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실제로 법원 서류에는 백 선교사 등 3명의 거주지 주소가 이들과 전혀 연관 없는 필리핀국제대학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 서류는 대학 측으로 배달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경찰 측의 주장대로 수차례 발부했다는 출두명령서 우편물이 수취확인 되었다면 누군가 소환장을 수취하고 고의로 알리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이 밖에도 경찰이 압수수색하던 당시 방송국 카메라가 동행해 현장급습 장면과 발견된 무기 등이 방송에 그대로 방영된 것도 필리핀에 흔히 있는 ‘셋업’이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 백 선교사가 수갑을 차고 체포되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이 곧바로 한국에 있는 교단 인사들에게 전달된 것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그래서 필리핀 선교부와 현지 교민은 “처음부터 백영모 선교사를 구속시키기 위해 ‘작업’이 진행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백 선교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필리핀 사법 당국에 구류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백 선교사는 이런 의혹을 제기하며 담당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구속 적부심과 보석을 청원한 상태이다. 지난 6일 열린 법원 심리에서 변호사는 “이 사건 자체가 법 이치에 맞지 않으니 사건을 기각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검사 측은 답변준비 기한으로 5일을 요청했으나 아직 판사의 판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필리핀 백영모 선교사 구금 소식을 접한 총회와 해외선교위원회는 여러 채널을 통해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해선위는 6월 1~3일 교단 선교국의 송재흥 국장과 팀장을 필리핀으로 급파해 백 선교사를 직접 만나 사건경위를 듣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동부선교사협의회와 필리핀한인회장, 현지인 변호사 등과도 만나 보석과 불구속 재판을 받을 방법을 찾았다. 교단 내 필리핀 선교단체인 파워미션과 한우리교회 인사들도 필리핀 현지를 방문해 백 선교사를 면회하고,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 선교사의 부인 배순영 선교사도 6월 17일 청와대 게시판에 “억울하고 힘든 저희들의 사정을 알아봐주시고 풀려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조치를 해주시도록 간절히 청원 드린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렸다. 게시판에는 백 선교사를 응원하는 글과 석방을 위한 서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편 백 선교사의 체포 및 구금 소식이 국내에 뒤늦게 알려진 것은 백 선교사 신변 안전과 효율적인 석방 활동을 위해 그동안 조용하게 대처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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