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느끼는 성도 참된 위로는 ‘조언’ 아닌 ‘공감’
전문가 상담·공동체 편견 없이 함께하는 시간이 큰 도움돼
“우울은 죄의 결과 … 회개해야”는 잘못된 조언
기독교상담센터 이용도 효과적

우울증 관련 사건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6년 기준 한 해 우리나라의 자살자는 1만3,092명이다. 이는 10만 명당 25.6명 꼴로 OECD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우울증이 꼽히고 있다.

우울증에 노출된 사회계층이나 연령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경쟁이 심해지고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학생, 주부, 직장인, 갱년기 장년, 노년층 모두 우울증 위험군이나 다름 없다. 크리스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우울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에게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 중 하나인 감정으로 우리는 하나님을 기쁘게 찬양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을 보면 분노도 느낀다. ‘우울’ 또한 우리가 세상에서 사는 동안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하나이다. 건강을 잃었을 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감정을 다치는 경험을 많이 하고 그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지 않은 채로 또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 반복되는 경우 우울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 가족의 죽음이나 이별 등 개인이 감당하기에 벅찬 큰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울에서 회복할 수 있을까. 경미한 우울은  음악 감상, 독서, 말씀 묵상, 친구들과의 대화, 가벼운 운동 등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은 혼자 노력해서는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고, 고통스럽다. 불면증을 겪는다거나 체중, 식욕의 변화를 경험하거나 삶에 대한 의욕과 흥미를 잃고 무기력을 경험한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시점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먼저 의학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신앙이 있어도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질병으로 고통 받을 수 있듯이, 우리는 우울로도 고통 받을 수 있다. 우울증은 ‘마음이 앓는 감기’라고 불리지만, 감기처럼 어느 시점에서 저절로 낫는 병은 결코 아니다. 아직까지 정신과 치료나 상담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나 선입견 때문에 의학적인 치료를 받는 이들이 적지만, 우울 또한 신체 질환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치료나 상담을 통해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상담센터 이용도 고려할만 하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나 총신대학교, 고신대학교 등 상담학과가 있는 신학교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서 크리스천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상담이 진행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기독교상담학과 이유니 교수는 “상담은 우울증이라는 표면에 나타난 증상 아래에 있는 자신의 깊은 마음과 생각을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기독교 상담은 혹시 상처받은 채 그냥 지나쳐버린 상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정말 믿고 의지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점검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매주 얼굴을 마주하는 교회 공동체 또한 우울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 교회 공동체에서는 다른 사람을 잘 돌보는 양육의 은사가 있는 이들을 상담의 준전문가로 훈련하거나, 상담을 전공한 이를 세워 우울을 경험하고 있는 성도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교회에서는 무엇보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우울로 고통 받는 이들과 편견 없이 함께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니 교수는 “교회 안에서 ‘믿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예수님이 이미 승리하셨으니 우울해하면 안 된다’,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 ‘죄를 지은 결과니 회개해야 한다’ 등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판단하는 태도와 변화를 촉구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미 큰 짐을 지고 버거워하고 있는 사람에게 짐을 더 얹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또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말도 지양해야 한다. 대신 누구라도 우울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우울을 겪고 있는 이의 상황을 판단하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함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고, 좋은 영화를 보는 등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이 우울에서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신앙 공동체가 우울에 대한 신앙적이고도 건강한 시각을 가지고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는 말씀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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