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 사순절 따라 ‘사랑’과 ‘섬김’ 실천
개인 경건의 차원 넘어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돼야

‘2월 14일’하면, ‘발렌타인데이’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2월 14일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이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교회와 성도들은 금식과 기도에 힘쓰는 등 경건한 생활로 인류의 죄를 대신 지기 위해 고통당했던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한다. 그리스도의 고난에 조금이나마 참여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의식적으로 줄이고 미디어 사용 또한 절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사순절에는 경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웃 섬김으로 사순절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초대교회 당시 사순절은 ‘이웃 섬김’을 실천하고, 이것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검증받는 시기였다. 물론 ‘개인경건’에도 힘썼던 것은 현재와 마찬가지이지만 초대교회 성도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웃에게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며 부활을 기다렸다.

예배학 박사인 오주영 목사(엘림교회)는 “초대교회 당시 사순절은 세례 후보자들이 집중 교육을 받았던 기간이었다”며 “후보자들에게 가장 요구됐던 덕목은 사람이 정말 거듭났는가, 삶이 변했는가 하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성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고 있다는 것을 온 교회 앞에 증명하기 위해 과부와 고아 등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돌보는 일에 열심을 냈다.

또 세례 후보자들 뿐 아니라 초대교회 성도들도 사순절 기간 이웃사랑을 빠뜨리지 않았다. 당시에는 사순절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고 해가 지면 음식을 먹는 일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때 가난한 이들과 음식을 나눠먹었다. 

오주영 목사는 당시의 이런 풍습에 대해 부활절 전 마지막 목요일에 성찬을 베풀고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그리스도의 가르침 때문에 초대교회의 사순절에는 ‘화해’와 ‘서로 사랑’, ‘섬김’ 이 세 가지가 항상 존재했다.

이렇게 사순절을 보냈던 초대교회를 본받아 우리 또한 사순절의 경건을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하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불시에 겪은 고통으로 눈물짓는 이웃들이 많다. 성경에서는 과부와 고아, 나그네를 돌보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물론,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이들, 타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 등도 우리가 도와야 할 대상이다.

지난해 말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포항 주민들, 얼마 전 예상치 못했던 화재로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제천과 밀양 주민들 또한 우리가 십자가를 나눠져야 할 이웃이다.

사순절 기간 동안 한 끼 금식이나 커피 금식 등을 한다면 식사나 커피를 살 돈을 모아 그들을 위한 위로 성금으로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 공동체에서 뜻 맞는 사람들을 함께 한다면 십시일반 더 큰 마음을 모을 수 있다.

이웃을 위한 기도에도 힘쓰자. 나라를 위한 기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도, 가정 폭력에 노출된 아동들과 홀몸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구체적인 기도제목을 정하고 사순절 기간 꾸준히 기도하며 그들을 위한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자. 

또 사순절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는 설 명절은 가장 가까운 이웃인 가족, 친척들을 사랑하고 섬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남녀노소를 떠나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에게 말과 행동을 통해 배려와 섬김의 본을 보인다면 그보다 더 나은 명절 선물도 없을 것이다.  

올해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주신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과 세족식의 정신을 되새기며 그동안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이웃들을 위한 구체적인 섬김을 실천해보자. 개인경건도 의미 있지만,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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