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만 잡으면 20년은 젊어져요”
주일 운전봉사 35년 … 무사고 감사

주일 이른 아침, 최명순 권사(금호교회·사진)가 15인승 승합차의 시동을 걸었다. 주일 교회학교 아이들을 데려오려고 차를 몰고 나선 것이다. 매주일 금호교회(손유태 목사)의 아침 풍경이다.

올해 70세인 최 권사는 고령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운전을 잘한다. 웬만한 젊은 사람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5년 전 교회에서 운전 봉사를 시작했는데 아직도 운전하는 일이 제일 쉽다. 일반 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좁은 골목길도 척척 빠져 나간다. 교회 ‘베스트 드라이버’라 칭할만한 실력이다.

평일에도 어린이집 차량을 운전하는 최 권사에게 차를 모는 일은 손발을 다루는 것만큼 쉽다.  최 권사의 운전 봉사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면서 바로 시작됐다. 개인사업을 하기 위해 1종 보통운전면허를 취득했는데 당시엔 여성 운전자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차를 몰고 나가면 사람들이 최 권사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우리나라에서 ‘봉고차’가 처음 출시될 당시 최 권사는 개인사업을 위해 이 차를 구입했다. 차를 끌고 서울과 지방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어느새 베테랑 운전사가 됐다. 그렇게 운전하는 일이 자신의 ‘은사’가 되니까 교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차량 운전 봉사를 맡게 됐다.

주일마다 이른 새벽부터 서울에 거주하는 교인들을 태워 교회로 데려오고 예배를 마치면 코스를 짜서 귀가 길을 도왔다. 수도 없이 서울 이곳저곳을 다니니까 요즘에는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가장 빠른 길을 찾아 가는 경지에 올랐다.

최 권사의 운전봉사는 평일 밤낮으로도 이어졌다. 교회 성도 가정에 초상이 나면 교역자와 성도들을 태우고 아무리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한밤 중에 차를 몰고 나가 새벽에 돌아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성의 몸으로 그 일을 어찌 다 감당할 수 있었을까.

“봉사를 봉사로만 생각하면 너무 힘든 일이지요. 억지로 했으면 못했을 겁니다. 봉사를 기쁨으로 하고, 운전하는 일이 내 사명이라고 생각하니까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렇게 운전하고 다닌 거리만 수십 만km에 이른다. 교회 봉사를 개인 차량으로 섬겨도 기름값을 한 번도 교회에 청구한 적이 없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생각에 온전한 섬김을 실천하고 싶어서다. 최 권사는 “35년간 차를 몰았으면서도 사고 한 번 안 난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젊은 시절에는 주말이면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만큼 교회가 좋고 성도들이 좋았다. 그런 교회사랑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70세인 최 권사는 은퇴 후에도 운전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다. 최 권사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몸이 아직 젊은 사람 못지않게 건강하다. 안경을 썼지만 운전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자식들은 이제 그만 운전대를 놓으라고 하는데 쉽게 손을 못 떼고 있다. 지금은 운전을 하는 게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저를 할머니로 생각하던 사람도 제가 운전대만 잡으면 저를 다르게 봐요. 교회를 섬겨서 좋고 젊어져서 좋고, 아직도 운전하는 일이 제일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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