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EYCK)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청년위원회가 “청년의 교회·종교에 대한 의식 설문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의 규모나 방법, 조사 주체의 신앙적 성향 등을 참조할 때 이 땅의 교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의도에서 기획되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 조사결과는 보수교단인 우리 성결교회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기독청년들이 원하는 교회상은 ‘작지만 건강한 교회’라고 한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이상적인 교회상으로 받아들이는 청년들의 신앙의 성숙성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도대체 교회를 수식하는 용어로 형용사 ‘건강한’이 채택되어지는 현실에 대해서는 섬뜩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 땅의 교회들이 얼마나 병들어 있으면 ‘건강한 교회’라는 말에 청년들이 입을 맞추었겠는가.

▨… ‘작지만 건강한 교회’의 반어는 ‘크지만 병들어 있는 교회’이다. ‘작지만’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청년들의 바람이 ‘크지만’에서 채워지지만 교회의 본질은 이미 병들어 청년들의 발길을 돌려버리게 만들고 있다. 이 사실을 한국교회는 이번의 설문조사에서 처음으로 알게되는 것일까. 한국교회가 병들어 가고 있음을 아니, 그 병이 위중해지고 있음을 알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 “한국 기독교는 본질적 정체성을 찾으려 몸부림치기보다는 자본주의적 경제논리와 교묘한 지배논리에 오염되어 치유 불가능한 기억상실증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 예수와 하나님을 잃어버린 것이다. 신앙공동체가 나갈 길을 밝혀주어야 할 등대에는 정의와 평화와 평등과 인간의 자유로 인도하는 등불이 켜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불의와 다툼과 차별과 억압으로 이끌어가는 이단적 촛대들이 정신과 육체를 점령하고 있다.”(박충구, ‘기독교 신앙공동체 윤리학’)

▨… ‘작지만 건강한 교회’의 또 하나의 반어는 ‘작아도 병든 교회’이다. ‘작아도’에서 청년들의 바람은 채워지지만 병듦에서 그 바람은 산산조각 나버린다. 왜, 이렇게 되는가? 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몸 곧 겸비(Humility)를 이제라도 회복하지 못한다면 청년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는 어휘 자체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 전조가 이미 나타나고 있음을 아는가,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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