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복 구조에서 토론과 대화로·지역과 연계도
목회사회학연구소, 중형교회 현실과 미래 세미나

한국교회의 허리인 중형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구도심의 공동화·노령화·청년 세대 급감 등 침체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중형교회가 무너지면 해외 선교는 물론이고 작은교회, 농어촌교회의 존립까지 위협받게 된다는 점에서 더 큰 위기감이 느껴진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는 지난 11월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 마지노선 중형교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올해 2∼9월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출석교인 300~1,000명 규모의 중형교회 25곳을 인터뷰한 결과를 발표했다.

구조 고착화·재정 급감
이날 발표에 따르면 중형교회들은 대부분 1970∼1980년대 큰 부흥을 경험한 후 1990년대 이후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 해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발표한 ‘교회 선택과 만족도 조사’에서 중형교회 교인들은 5년 전보다 교인들이 감소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주일예배 참석 횟수나 1주일간 교회방문 횟수도 대형교회보다 적었다. 매년 교인 수는 감소되고 충성도까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교인들이 줄면서 교회 내 의사결정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교인들은 줄고 가족 중심의 교인들만 남는 것이다. 중형교회의 장점을 ‘가족과 같은 교회’라고 하는데 실제로 ‘가족들만 남은 교회’가 되기 쉽다.

한 목회자는 “오래된 중형교회는 교인들이 장로들과 대부분 형제, 자매들이기 때문에 서로 거의 다 알고 있다”며 “대개 일가친척이 다 그 교회에 있는 것으로 일종의 ‘씨족사회 권력’ 비슷한 세력이 형성된다”고 표현했다. 이런 구조관계로는 합리적인 의사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고착화된 교회구조에 새신자들이 들어와 의견을 제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며 “고착화된 의사결정 구조에 단단해진 그들만의 권력이 형성되어버리면 목회자도 버티기 힘든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재정 급감도 심각하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1990년대까지 중흥기를 맞은 한국교회는 예배당을 확장하거나 교외에 기도원을 짓는 것이 하나의 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인이 줄면서 예배당 유지마저 버거운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은퇴 노년층이 늘고 젊은 세대가 감소하면서 중형교회의 재정난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대교체에서 불거지는 갈등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목회자들은 “은퇴한 목사의 원로목사 대우 문제와 관련한 지침이 없어 분란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평생 존경받던 목회자의 평판이 은퇴 후 월급 문제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신임 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인들의 의견만 고려해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수평적 의사소통 절실
이날 전문가들은 교회 고착화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평적 의사소통을 통한 공동체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돈 교수는 “교회가 정체되거나 관료주의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위원회를 두고 이들이 실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즉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접하고 합의점을 마련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조 교수는 예배당 문제에 대해 “예배당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거나 효도관광을 확장하는 등 지역 주민센터·기관과 협력해 지역교회로 자리 잡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대교체 문제는 부목사와 일반 교인 리더십을 성장시켜 교회 리더십 구조의 고착화 방지를 주문했다. 결국 수직적인 상명하복식의 자세를 버리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제안하고 토론할 수 있는 수평적 의사소통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중형교회의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중형교회가 무너지면 목회자의 생존은 물론이고 작은교회와 선교지, 특수선교 등의 사역까지 위협받게 된다”며 “중형교회의 지향점은 대형교회가 아닌 한국교회의 허리로써 작은교회와 대형교회를 이어주는 상생의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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