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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토착화’…‘한국화’ 넘어 ‘현대성’갖도록 해야
한국적 성화·판소리 성가 등으로 이어진 토착화
21세기에 시급한 토착화의 핵심은 무엇?
[1096호] 2017년 07월 05일 (수) 15:52:36 김가은 기자 ggk2046@gmail.com
   

‘기독교 문화’하면 클래식과 성화 속 백인 예수가 떠오르기 쉽다. 그렇지만 우리 고유의 문화로 복음을 해석해내려는 시도는 ‘복음의 토착화’라는 명제 아래 이어져 왔다. 지금까지 우리의 문화적 상황에 맞게 성공적으로 토착화된 작품들을 살펴보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진정한 복음의 토착화는 어떤 모습으로 이어가야 할까.

갓 쓰고 두루마기 입은 예수
운보 김기창(1914~2001)의 ‘예수의 생애’ 연작은 한국화 최정상의 작가로 평가받는 김기창이 2000년 전 이스라엘에서 활동했던 예수 그리스도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표현해낸 역작이다. 그는 6.25전쟁이라는 황폐한 시기 동안 고난 받는 우리 민족에게 평화와 구원을 전하고자 ‘예수의 생애’ 연작을 그렸다.

김기창은 한국 사람들에게 성경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목수였던 예수를 갓 쓰고 두루마기 입은 조선의 선비로 묘사했다. 예수를 당시 사회적으로 존경받던 계층인 청렴결백한 선비로 나타내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수태고지’의 마리아는 규방에서 조신하게 물레를 돌리고 있다가 선녀옷 입은 천사를 맞이한다.

‘예수의 생애’ 연작을 구성하는 30점의 그림에는 이렇게 조선시대의 복장을 한 등장인물들과 우리 전통 가옥이 전통 풍속화의 방식으로 묘사되어 있다.

서성록 교수(안동대학교 미술학부)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예수의 일대기는 기독교가 토착화되었음을 드러내는 한국적 성화로서도 가치가 높지만, 아름다운 색채와 뛰어난 구성력 등 운보의 드높은 회화적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미술사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했다.

‘예수의 생애’는 지금 독일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독일역사박물관에서 11월 5일까지 열리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전 ‘루터 이펙트’ 중 한 섹션인 ‘한국-기독교 부흥의 땅(Korea―Boom Land of Protestantism)’에 전시되어 한국화로 표현된 성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선봉에 서 있다. 성공적인 ‘복음의 토착화’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얼쑤” 판소리에 담긴 성경말씀
최근에는 아가페문화재단(이사장 김삼환)과 C채널방송(회장 김명규)이 판소리 찬양 ‘갈릴리 예수’를 발매해 이목을 끌었다.

‘갈릴리 예수’는 2년 여에 걸쳐 완성된 창작 앨범으로, 때로는 구성지고 때로는 흥겨운 판소리에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제자들의 이야기가 모두 4마당, 16트랙으로 담겨 있다.

북 치고 장구 치는 우리 고유의 가락과 고수의 “얼쑤!”하는 장단에 맞춰 소리꾼이 성경말씀에 충실하게 쓰인 가사를 읊으며 산상수훈과 베드로가 받은 은혜 등을 노래한다. 판소리를 잘 몰라도 성경말씀을 기반으로 쓰인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와 금세 몰입해 들을 수 있다.

‘갈릴리 예수’ 작곡과 연출을 맡은 류형선 감독(전 국립국악원 음악감독)은 “한국에 개신교가 처음 들어오던 때에는 교회에서 민요가락에 성경말씀을 가사로 붙여 부르기도 했었다”면서 “예전에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복음에 한국문화의 옷을 입히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문화에 복음을 담아내는 것은 물론 예술적인 수준 또한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판소리 앨범을 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눈높이 복음이 진정한 토착화
복음에 한국문화의 옷을 입히는 시도는 많지는 않아도, 그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시도되어 왔다. 하지만 이 ‘토착화’ 시도들의 핵심은 ‘한국적으로 표현되는 것’만이 아니다. 바로 복음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복음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그 눈높이에 복음을 맞춘 것이 토착화의 진정한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토착화의 최고 모범은 하나님인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의 형상으로 태어난 것을 들 수 있다. 복음 자체가 ‘하나님의 인간화’에 의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최인식 교수(서울신학대학교 글로벌사중복음연구소장)는 ‘복음의 토착화’ 작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교회 안에서 쓰이는 ‘교회 용어’들이 교회 밖에서는 응용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복음이 복음으로 들리고 있지 않는 것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 시대에 맞는 복음의 옷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토착화”라고 덧붙였다. 복음이 한 문화권에 적용되는 것 뿐 아니라 한 시대에 적용되는 것도 토착화의 한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1970~1980년대 한국교회 부흥을 일궈냈던 노방전도와 가가호호 전도, 대형집회 등의 방법이 생명력을 다한 지금, 21세기의 비신자들이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 ‘복음의 토착화’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방법론을 문화적, 신학적으로 연구하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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