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두 세계의 다리놓기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설교자로 평가받는 존 스토트의 설교의 핵심은 두 가지 확신, 두 가지 의무, 두 가지 기대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성경에 대한 두 가지 확신이다. 곧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와 영감과 섭리로 기록된 책”이라는 확신과 다른 한편 성경은 어떤 점에서 닫혀있는 책이며, 따라서 그것은 해석과 강해를 필요로 한다는 확신이다. 그런 까닭에 설교자는 디모데처럼 회중 앞에서 성경을 읽고 설교하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책임이 있다.(딤전 4:13)

 그렇다면 영감된 본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설교자에게 두 가지 중대한 책무가 발생한다.

첫 번째 임무는 성경 본문의 원래적 의미에 대한 충실함(faithfulness)이다. 성경을 읽을 때, 설교자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의 사고방식과 문화의 관점으로 성경을 읽는 것이다. 따라서 설교자는 자신의 문화적 편견의 안경을 버리고 성경 저자들의 역사적 상황과 언어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하여 본문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만약 성경 연구를 하찮게 여기거나 소홀히 한다면 그 설교자는 하나님께서 세상에 말씀하시기 위해 택하신 방법을 모욕하는 것이다.

두 번째 설교자의 임무는 현대세계에 관한 민감함(sensitivity)이다. 설교자는 고대의 본문의 원래적 뜻을 밝히는 것을 넘어 그 의미를 현대세계에 적용하는 지점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신실한 설교자는 이중의 의무를 지닌다. 곧 과거에 기록된 성경 본문에 대한 신실함과 현대 세계에 대한 민감성을 견지하며 영감된 본문의 의미를 회중에게 열어주는 것이다.

스토트는 특히 성경 본문에 대한 충실함과 현대세계에 대한 민감함이라는 이 두 가지 균형은 자유주의와 복음주의 양 진영에 절실한 부분임을 역설한다. 곧 복음주의자들의 특징적인 약점이 성경적인 측면은 강하지만 현대세계에 대한 이해에 취약한 것이라면 자유주의자들의 특징적인 약점은 현대 세계에 대한 이해는 뛰어나지만 성경적인 관점이 취약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와 관련없는 본문해석은 비역사성에 무릎을 꿇는 것이며, 본문의 해석없는 현대적 적용은 성경의 계시와 무관한 실존주의에 굴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설교자는 성실한 해석작업을 통하여 과거의 성경으로부터 현대의 세계로 신중하고 분별력 있게 다리를 놓아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위하여 스토트가 강조하는 것은 ‘이중적 귀기울임’이다. 스토트는 말한다. “우리는 성실하고도 민감하게 고대의 말씀과 현대세계를 관련시키기 위해 그 둘 다에(물론 존중하는 정도는 서로 다르지만) 주의깊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분명히 확신하는 바는 만일 우리가 이중적 귀기울임의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면 신실하지 못함과 부적절함이라는 반대되는 함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며, 오늘날 하나님의 세상에 하나님의 말씀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신실하고 민감한 이중적 귀기울임이 일어날 때 설교자는 두 가지 놀라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는 하나님의 목소리가 설교를 통하여 당신의 백성 가운데 들려지는 것이요, 둘째는 설교를 통하여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에 회중들이 순종함으로 응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토트는 설교란 “신실함과 민감함으로 성령으로 영감된 말씀을 열어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고 그의 백성은 그에게 순종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기이하고 놀랍게도 하나님은 지금도 “직접” 말씀하신다. 본문에 대한 신실함과 회중의 삶에 민감한 설교자의 강단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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