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쓸 때가 제일 행복해요”, 성경 4번 필사…깊은 깨달음 얻어

성경을 한 장이라도 필사해 본 사람은 필사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오자가 나오고 때론 써야할 구절을 건너뛰기도 한다. 성경 전체를 한 번만 필사해도 대단한데 무려 4번이나 필사한 성결인이 있다.  

부여중앙교회(신윤진 목사)에 출석하는 서길석 집사는 20년 전부터 거의 매일 성경을 필사하고 있다.

부여에서 표구사를 운영하는 서 집사는 가게에서도, 집에서도 성경을 필사한다. 대충 필사하는 정도가 아니다. 필사도구를 늘 한 보따리 짊어지고 다닐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

개역개정판성경을 필사하지만 개역판성경과 쉬운성경, 가톨릭성경도 참고하기 때문에 그의 책상에는 늘 4권의 성경이 함께 펼쳐져있다.

말씀을 서로 대조해가며 올바른 뜻을 새기기 위해서다. 4권을 읽고 뜻을 파악한 뒤 필사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늘 더디다. 그러나 성경 말씀만 필사하는 게 아니라 주석의 내용까지 필사하면서 말씀의 뜻을 정확히 새긴다는 점이 특별하다. 

성경도 1~2장만 필사해도 눈과 어깨, 허리가 아프다는 데 서 집사는 어떨까 궁금했다. 

“필사, 결코 쉽지 않아요. 장시간 필사하면 저도 피곤하죠. 너무 피곤하고 집중이 안 되면 펜을 바로 놓습니다. 한참을 쉬고 회복되면 그 때 다시 펜을 듭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면 못해요”  

성경필사를 4번이나 한 서 집사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필사가 어렵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그가 성경을 4번 필사하고도 여전히 필사를 멈추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

“성경을 필사할 때가 제일 마음이 편해요. 성경을 쓰면 걱정, 근심, 잡념이 다 사라지죠. 필사를 하기 전에는 세상 유혹과 걱정, 근심이 많았거든요. 말씀을 쓰면서 삶도 되돌아보게 되고 신앙도 자라고 유익한 점이 참 많아요.”

서 집사는 젊은 시절엔 방황도 했다. 신앙이 깊지 않아 세상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욕망과 즐거움에 빠져 살았다. 예술가적 기질 때문에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했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고향 부여로 내려왔다. 불현듯 ‘이렇게 삶을 낭비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황을 끝내고 싶었다.

잃어버린 신앙을 찾고자 교회 철야예배를 나가고 말씀을 읽기 시작했다. 밤낮으로 성경을 읽어 4번을 완독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공허했다. 말씀이 마음에 잘 새겨지지 않았다.

방법을 바꿔 성경을 쓰기 시작했다. 말씀을 한 자 한 자 정성껏 필사했다. 신기하게도 읽기만 할 때는 안 보이던 말씀이 눈에 들어왔다. 말씀이 잘 이해가 안 가면 주석을 찾아가면서 올바른 뜻을 깨달았다.

말씀을 필사하다보니 잡념이 사라지고 세상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게 됐다. 심령이 비로소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특히 신약을 쓰면서 예수님이 왜 자신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죽으셨는지 깨달아졌다. 나의 죄인 됨을 깨닫고 하나님의 용서와 새로운 삶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많은 말씀 중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씀은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 말씀이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그는 이 말씀을 삶의 푯대로 삼아, 지키며 살고자 노력한다.

“성경을 필사하면 항상 기뻐하고, 늘 기도하고, 늘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돼요. 필사를 하는 것은 저에게 큰 축복입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필사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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