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 연마하며 하나님 묵상
세상에 하나뿐인 액세서리 제작
“어려운 공예가들 돕고 싶어”

차가운 금속을 뜨거운 불에 달궈 세상에서 하나뿐인 액세서리로 만들어내는 금속 공예. 금속 공예하는 과정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며 단련되는 모습과도 닮았다.

금속 공예가 허솔 집사(동대전교회·사진)는 우연찮게 금속 공예에 독특한 매력을 느껴 진로를 바꿨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두려움 없이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아버지 허상봉 목사와 어머니 최영자 사모도 아들의 선택을 응원했다. 허 집사는 전문 교육을 받으러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히꼬미즈노 쥬얼리 전문학교 쥬얼리 최고전문과정을 마쳤다. 2008년과 2009년에는 히꼬미즈노 작품 우수상을 수상하고 2010년에는 조선일보 아시아프 작가로 선정되어 주목 받기도 했다.

지금은 서울 연남동에서 아내와 함께 제작주문 쥬얼리 브랜드 공방 ‘앙플레르’(www.homemadering.co.kr)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 또한 프랑스 낭시 시립 미술학교 석사를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으로, ‘앙플레르’는 일본의 장인기술과 빠리지엔느의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가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허솔 집사는 금속공예에 처음 빠져들던 무렵에는 금속공예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금속 공예를 시작한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금속이 주는 의외의 따뜻함’에 푹 빠져있다.

“보통 ‘금속’하면 차갑고 딱딱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작업하다보면 차가운 금속성 뿐 아니라 투명한 느낌, 따뜻한 느낌, 부드러운 느낌 등 금속 안에서도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이렇게 금속 공예와의 사랑에 빠져있는 그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모쿠메가네’ 장인이다. 모쿠메가네란 이름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다. 이는 일본의 전통 금속공예로, 금속을 가공해 고급스러운 ‘목재’ 느낌을 내는 작업 방식이다.

“모쿠메가네는 색상이 서로 다른 금속을 스무 겹 정도 켜켜이 쌓아 망치로 두드리거나 롤러로 밀어 무늬나 느낌을 만들어가는 작업인데 처음에는 2~3cm되는 금속들을 망치로 얇게 만들어 스무 겹 이상 층층이 쌓으면 그 안에 보이는 무늬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수십 번 망치질 하고 불로 달군 후 충분히 식힌다. 이 과정을 대여섯 번 거쳐야 겨우 한 겹이 만들어진다.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 만큼, 완성된 제품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이 된다. 단 한 번의 망치질로도 무늬가 달라지기 때문에 똑같은 제품은 만들 수가 없다. 같은 디자인을 찍어내는 기성 공예 방식에 비해 장인 정신이 더욱 돋보이는 방법이다.

이런 금속 공예의 과정 속에서, 허솔 집사는 하나님을 묵상한다고 했다.

“금속을 다루면서 삶을 묵상하게 됩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나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하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여호와이심을 매순간 느끼게 됩니다.”

그런 허솔 집사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손님이 주문 제작한 작품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허 집사가 작품을 완성한 순간 느끼는 기쁨도 크지만 손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기쁘다고 한다.

허 집사의 꿈은 금속 공예로 유명해지는 것도, 큰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금속 공예가’라는 직업을 하나님이 주신 직분으로 여기고 꾸준히 성실하게 작업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만족감을 전하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또 앞으로 후학 양성은 물론, 작업실을 좀 더 큰 규모로 마련해 재능은 있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운 공예가들이 마음껏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고 싶다고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야 금속공예를 시작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입니다. 제가 받은 은혜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십여 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길로 이끄신 주님의 인도하심을 언제나 생각하며 저 또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큰 수익보다 더 많은 이들과 받은 은혜를 나누며 살고 싶은 금속 공예가 허솔 집사. 차가운 금속 안에서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발견해내는 그의 은사가 또 어떤 걸작을 조각해낼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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