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소외된 이웃·회심 작품에 녹여

사순절은 부활절 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는 절기다. 예수 그리스도가 걸어간 십자가의 길을 생각하고,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며 스스로의 신앙을 돌아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이 사순절 기간 동안 영적인 교훈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문화 콘텐츠가 있다. 절기의 성격에 맞는 작품을 감상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크리스천으로서의 삶의 지향점을 다시 확인해보자.

요한복음 담은 바흐의 ‘요한수난곡’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요한수난곡’은 요한복음 18~19장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노래한 곡이다. 

이 작품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의 수난을 담고 있으며,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유다가 군대와 함께 예수를 결박해 끌고 가는 장면으로 시작해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하고 통곡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2부는 결박당한 예수가 빌라도에게 심판받은 후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으로 가 못 박히고, 제자들이 예수의 시신을 내려 무덤에 안치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바로크 시대의 대곡인 이 작품은 1부와 2부 각 1시간씩 약 2시간 길이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등장해 독창과 합창, 중창의 아름다운 조화를 선보인다. 독창자 중 복음사가는 테너, 예수와 베드로, 빌라도는 베이스가 맡아 표현한다.

플루트, 오보에, 바이올린, 비올라, 오르간 등으로 연주되어 종교적 감동 뿐 아니라 활기 있고 생동감 넘치며 때로는 박진감 넘치는 교회음악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카라바조의 ‘바울의 회심’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는 이전의 종교화 화가들과는 달리 매우 현실적인 화풍으로 당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화가이다. 그가 그린 ‘바울의 회심’은 다메섹으로 가던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말에서 떨어져 눈이 멀어버린 순간을 그렸다.

이 작품의 특징은 바울보다 말과 마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말에서 떨어져 두 손을 벌리고 있는 바울의 모습 또한 다른 종교화들과는 다르게 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비교적 평범하다.

무척 극적인 장면을 전체적으로 평범한 분위기로 그려 바울의 회심과도 같은 신앙의 사건이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명작이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일평생 소외된 이웃을 영상에 담아온 켄 로치 감독의 영화로 작년 제69회 칸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줄거리는 일평생 목수로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가 심장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정부 보조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관공서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 때로는 절망감을 맛보는 등장인물의 시선 속에서 가난한 이에게 더욱 까다로운 사회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다니엘 블레이크가 우연히 만난 싱글맘 케이티를 돕게 되고, 다시 케이티가 다니엘을 돕는 과정이 펼쳐지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웃과 서로 의지하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외면하기 쉬운 소외 이웃들의 아름다운 삶을 소중히 담아냈다.

필름포럼은 “가난한 자, 포로된 자, 눈 먼 자, 눌린 자에게 은혜의 해를 전파하러 오신(눅 4:18) 예수 그리스도가 만났던 이웃들의 모습이 느껴지는 영화”라고 소개하며 사순절 기간 동안 감상할만한 좋은 영화로 추천하고 있다. 현재 필름포럼에서 무기한 상영 중이다.

뮤지컬 ‘더 나은 노래’
돈과 성공만을 사랑하던 주인공이 인생의 참된 가치를 배워가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희망을 담은 뮤지컬이다.

세상 성공만을 갈구하며 살다가 내면이 망가져버린 조각가 ‘우선’은 겉으로는 화려해도 안으로는 아버지와의 갈등, 서서히 멀어가는 시력 등으로 고통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자신보다 더한 고통 속에 있는 시각장애인 소녀 ‘경채’를 만나 점차 인생의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만이 줄 수 있는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 우선은 과거 자신의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영혼이 담긴 작품을 빚기 시작한다.

고난을 통과하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사순절을 지나 부활을 소망하는 성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는 5월 7일까지 대학로 여우별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문의:02)764-9102  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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