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루터 개혁에 앞서
시민에게 번역성경 알렸던
숨겨진 ‘롤라드’ 이야기 다뤄
극단 아트리, 연말까지 공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공연이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사단법인 ‘문화행동 아트리’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지난 1월 2일부터 오는 12월 30일까지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뮤지컬 ‘더 북’을 상설 공연한다.

뮤지컬 ‘더 북’의 부제는 ‘덮으려는 자 그러나 펼치려는 자’이다. 무엇을 덮고, 펼친다는 것일까? 바로 성경이다. ‘더 북’의 시점은 루터가 1517년 비텐베르크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이기 100년 전. 뮤지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롤라드’이다.

‘롤라드’는 성직자들에게만 성경이 허락되고 성도들은 성경을 자신의 언어로 읽는 것조차 금지되던 시대에 성도들에게도 성경을 널리 알리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당시 교회가 번역된 성경을 찾아내 없애는 데 혈안이 되자, 각자 성경 각 권을 맡아 통째로 외워버렸다. 그렇게 성경을 암기한 롤라드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 등에 나타나 외운 성경을 암송하며 사람들에게 말씀을 들려주었다. 당연히 당시 가톨릭교회는 ‘살아있는 성경’과도 같은 이들을 찾아내어 사형을 선고했다.

15세기 초 영국에 실존했던 롤라드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당시 종교재판기록에 적게나마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들은 구두수선공, 타일제조공, 주부, 푸줏간 주인, 하인 등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세상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한 이들이었지만 진리와 믿음 앞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았던 롤라드들은 신앙의 거인들이었다.

뮤지컬은 이 롤라드들과 가톨릭교회의 갈등을 다룬다. 성경을 사람들에게 널리기 위해 목숨을 거는 롤라드들과, 이런 롤라드들을 찾아내어 사형에 처하려는 가톨릭 사제들의 첨예한 대립이 호소력 짙은 노래들과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에 담겨 관객들에 전해진다. 뮤지컬 ‘더 북’은 루터나 칼뱅 등 유명한 종교개혁자 뿐 아니라 이렇게 일반 시민들도 기독교가 개혁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지금 이 시대 성도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것은 관람객들의 숙제이다.

뮤지컬 ‘더 북’은 지난 10년 동안 진행됐던 아트리의 ‘111(한 사람이 한 영혼을 하나님께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4년 창작 공연되었던 작품이다. ‘더 북’은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120퍼센트를 기록하며 크리스천 뮤지컬 가운데에서도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트리는 이번 장기 공연을 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와 연기, 노래를 선보인다. 문의: 010-2648-8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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