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록도 역사가 된다

책이 신선하다. 형태가 그렇고 제목은 더 하다. ‘신풍'이라니. 신풍(新風)은 새 바람이 아닌가. 낡은 것을 걷어 내고 새것으로 대체하겠다는 의지, 이것은 역사 발전의 동력이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책 표지에 병기되어 있는 영어 표기, <Movement of Christian Power in Korea>. ‘Christian Power'는 ‘기독교적 능력' 쯤의 뜻이 된다.

신풍(神風)이다. 정체되어 있는 교계를 하나님의 힘으로 새롭게 하고, 장기 집권의 정치 제도에 신앙적 양심으로 반기를 드는…. 그렇다면 ‘새 바람'과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기대된다. 책은 신국판 304쪽, 모두 9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회고, 제2부/신풍운동의 창립과 세미나, 제3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초기 주요 행사, 제4부/정기총회와 세미나, 제5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재출발, 제6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 원로회, 제7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 원로회, 제8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 세미나·좌담회·논단, 제9부/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헌장·연혁.

책 앞에 세 사람의 글이, 말미에 편집후기가 실려 있다. ‘한국기독교와 신풍운동'이란 제목의 박춘화 감독 발간사, '한국기독교의 성숙한 운동'이란 제목으로 올린 김윤식 목사의 격려사는 이 운동에 깊이 관계한 사람들의 글이다.

민경배 박사는 ‘한국기독교신풍운동과 한국교회사'라는 제목의 발문으로 책 출간을 기뻐하고 있다. 기독교신풍운동이 우리의 최근세 교회사에서 한 역할이 결코 적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먼저 읽는다면 본문 파악에 도움이 된다.

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기치는 세 가지이다.
첫째, 한국교회가 갱신되고 연합하여 ‘크리스천 파워'를 형성, 시대적인 사명을 수행해 나간다는 것. 둘째, 한국교회가 기독교문화를 창출하여 이 땅에 기독교가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것. 셋째, 민족화합과 남북의 평화통일을 이룩하여 북한선교와 세계선교의 사명을 이룩해 나간다는 것.(16쪽)

1970년 6월 8일 한국기독교신풍운동이 발족되었다. 발족의 주체들은 30대 부목사들이었다. 이때는 교계적으로 부흥의 시대요 정치적으로는 장기 독재를 꿈꾸던 박정희의 유신 준비기였다. 우리 교계의 생리로 볼 때 30대 젊은 목회자들의 이런 운동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갱신은 늘 희망으로 다가온다.

한국기독교신풍운동의 특징 중 하나는 보수와 진보 진영이 하나로 뭉쳤을 뿐 아니라 가톨릭까지 함께하는 명실이 상부한 에큐매니칼 화합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당시 에큐매니칼 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교계 인사들이 많았다. 그런데 여기에 가톨릭까지 참여케 해 말씀 보수와 사회 참여에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은 귀한 사역이 아닐 수 없다.

반세기 가까이 세월은 흘렀지만 기독교의 사회적 권위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반 세기 전에는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젊은 목회자들 중심으로 기독교신풍운동이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 이런 움직임이 왜 없는가. 교계도 기능화 되고 계층화되어 그 흐름에서 일탈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 있는 젊은 목회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교계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을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1970년에 시작된 한국기독교의 신풍운동 같은 것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 이것은 젊은 목회자들의 몫이다. 허나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원로 선배들의 지원이 따라야 한다.

기독교신풍운동은 당시 내로라하는 인사들을 초청해서 강의를 들었다. 강원룡 목사, 김수한 추기경, 함석헌 선생 등이 와서 신앙의 사회적 역할과 연합운동에 대해 의견들을 피력했다. 또 1987년 대선 국면에서 김영삼 김대중 두 야당 후보를 각각 초청해 정치와 종교에 대한 생각들을 교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나는 이 서평의 제목을 ‘작은 기록도 역사가 된다'로 잡았다. 맞는 말이다. 그냥 흘러 버리기 쉬운 문서, 신문 기사, 주제 강연록 등을 꼼꼼히 챙겨 수록하고 있는 것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손으로 직접 써서(필경) 만든 신풍운동 창립총회 초청장(108쪽)과 신풍운동 12차 정기총회 순서지(154쪽)는 타이핑한 것이어서 옛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책을 읽으면서 아쉽게 생각된 것 두 가지. 어떤 조직이든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기독교의 신풍운동은 이 점에 한계가 있었다. 노장청(老壯靑)이 골고루 분포, 활동이 활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목적은 좋았으나 실천으로 옮기는 게 미흡했다고 하겠다. 다시 한 번 이런 개혁적 움직임이 꿈틀대기를 기대한다.

이 책은 신풍운동편집위원회 엮음으로 되어 있다. 오탈자가 산견된다. 교정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판을 거듭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작은 기록을 역사로 만든 편집위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독자 제현의 일독과 공의에 대한 관심을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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