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에 컴퓨터로 성경 필사
“죽는 순간까지 컴퓨터 필사 멈출 수 없어”

필사는 성경을 한 자 한 자 자필로 옮기는 작업으로 지구력 뿐 아니라 체력까지 요구된다.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계속하기 어려운 것이 필사이다.

하지만 박영해 권사(대광교회·사진)는 90세의 나이에도 무리 없이 매일 성경 필사를 이어 나간다. 바로 컴퓨터를 사용해 필사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25번째 필사에 도전 중이다.

“저 같은 사람을 구원해주신 예수님을 생각하면 이 정도 필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한 자 한 자 손으로 쓰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렇게 나서기가 송구합니다.”

박 권사는 지난 2005년 복지관에서 컴퓨터 타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은퇴 후 집에서 편하게 쉴 수도 있었지만 잠시라도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아 컴퓨터를 배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컴퓨터를 배우자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다. 박 권사는 이제 가정예배 순서지도 직접 만들어 출력해 사용하는 것은 물론, 간단한 동영상으로 카드도 만들어 미국에 있는 손자에게 보내기도 한다. 화상통화 조작은 일도 아니다. 박 권사는 집에 있을 때면 인터넷을 통해 웬만한 교회 홈페이지는 다 방문해 다양한 설교들을 듣기도 한다. “인터넷을 할 수 있으니 배울 것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몰라요. 정말 좋습니다.”

이렇게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박 권사는 신앙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에는 말씀이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서만 이해될 뿐이어서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흥회 등을 최대한 많이 찾아가 말씀을 가까이 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필사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필사를 통해 말씀으로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령으로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할 무렵, 2005년 배운 컴퓨터를 통해 컴퓨터로 필사를 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말씀을 알면 알수록 바로 제가 죄인 중 괴수임을 알겠더라고요. 마태복음 말씀처럼 주여 주여 해도 모두가 천국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필사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힘이 닿는 날까지 컴퓨터로 필사할 생각입니다.”

컴퓨터 필사가 25번째인 박 권사는 대화 곳곳에 성경을 인용한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경 인용에 박 권사가 얼마나 매일 성경을 가까이 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말씀을 매사에 가까이하다보니 복음을 머리로만 알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대해 말만 꺼내도 눈물이 나오는 박 권사이다.

“히브리서 9장 22절 말씀처럼 피로써 깨끗하게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겠습니다. 요한복음 14장 21절 말씀에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 주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필사를 통해 말씀을 더욱 체화한 다음부터는 사사로운 것에는 말을 아끼게 되고, 오히려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됐습니다.”

이 날 박영해 권사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그 동안 궁금했던 프린터 작동방법을 질문하기도 했다. 설명이 어려울 법도 한데, 박 권사는 일일이 수첩에 메모해가며 귀담아 들었다. 이렇게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박영해 권사가 말씀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허락하신 귀한 보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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