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본토 미국에 ‘한국 美’ 새겨
한복 입은 흑인 그림 찬사 쏟아져

▲화제의 '한복을 입은 흑인 소녀'
세계의 이목을 끈 한복 입은 흑인 소녀, 그리고 한글로 쓴 ‘너는 복이 될지라’라는 글귀. 신선한 시도와 젊고 따뜻한 감성으로 미국에서 먼저 주목받은 그래피티 라이터 심찬양 씨의 작품이다. 이름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는 기독교인이다. 영어이름은 크리스천(Christian)이다.

28세 젊은 나이에 벌써 10년차 그래피티 라이터인 심 씨는 갑작스런 관심과 인기에 그저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지난 봄까지만 해도 그래피티를 그리기 위한 재료비 마련을 위해 새벽까지 갖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심 씨는 그런 시간들을 잊지 않고 더욱 정신 바짝 차려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언행에 주의해야겠다고 말했다.

대중들의 인기를 얻어서 어떤 점이 좋은지 묻자 “그동안 믿고 지켜봐주신 아버지께서 얼마 전 연락하셔서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신 것이 제일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본 교단 심현동 목사(태촌교회)이다. 할아버지 또한 심은기 목사(동산교회 원로)이다.

“저는 정말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요. 외모 습관 생각하는 것 모두요. 아버지가 미적인 감각이 뛰어나셔서 어렸을 때 그림도 가르쳐 주셨어요.”

▲그래피티라이터 심찬양씨
그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와 책임감을 배웠다고 한다. “아버지는 교회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똑같다. 또 아버지께서 장기기증 두 번, 헌혈을 150번 가까이 하시는 모습을 보며 이웃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아버지를 더욱 닮고 싶어 그는 필리핀에서 목회를 전공하며 목회와 선교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다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로 하나님 찬양하는 것이 최고의 선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3년 전, 다시 그래피티를 그리기 시작했다.

먼저 호주로 가서 그래피티 라이터인 미스테리(Mistery) 목사를 무작정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그래피티에 대한 열정이 충분히 전해졌는지 그 후 심 씨가 미국으로 건너갈 때 미스테리 목사는 자신의 동생에게 그를 소개시켜줬다. 그 인연으로 심 씨는 뉴욕 브롱스의 벽에 유명 힙합 가수들의 얼굴을 그릴 수 있었고, 캘리포니아 모데스토의 크리스천 그래피티 라이터와도 연결이 되어 그곳 교회에서 그림 그리는 봉사를 할 수 있었다.

▲ 미국에서 처음 그린 그래피티
기본기가 튼튼한 심찬양 씨의 실력은 그래피티 라이터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게 됐다. 그 후 작품 의뢰가 계속 들어와 엘에이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벽화를 그리게 됐고, 그 곳에서 그린 한복을 입은 흑인 소녀 그림이 대박이 났다. 전에 없던 특별함으로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화제에 오르게 된 것이다.

▲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장 벽에 그린 '한복 입은 흑인 소녀'
샌프란시스코의 공장 벽에 한복 입은 흑인 소녀를 그릴 때는 지나가던 사람들도 너무 예쁘다고 좋아하며 먼저 관심을 많이 보였다. 그 때 그림 옆에 ‘너는 복이 될지라’는 성경 구절을 한글로 써넣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축복으로 여기며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피티를 하면서 오히려 목회자들은 가기 힘든 영적 최전방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멋진 그림 그릴 때 교회 안 나가는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마음을 열고 좋아해주니까 제가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훨씬 쉬워지는 것 같습니다.”

▲ LA 더 콘테이너 야드에서 그린 '한복 입은 흑인 소녀'
한 때 목회자의 꿈을 진지하게 키웠던 만큼 ‘하나님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심찬양 씨의 확고한 고백이다. 자신의 그림이 복음의 통로가 되게 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잘 그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요한복음 3장 29절처럼 예수님이 제 그림을 통해 신부 된 성도들을 맞이하실 때 저는 그 옆에서 하객으로 서서 그저 기뻐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지는 30절 말씀처럼 예수님만이 높아지셔야 하고 저는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그림이 주목받을 때 ‘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싶고 하나님만이 모든 영광 받으시기를 소망합니다.”

심찬양 씨는 앞으로 당분간 국내에 머물며 활동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 개인전을 여는 것도 생각 중이다. 내년 초 다시 미국으로 떠날 수도 있다고 했다. 하나님이 어떤 길을 열어주실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중이다.

“제 작품이 화제에 오르게 되고 제가 크리스천인 것이 드러나면서 더 책임감이 생겼어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SNS에 올리는 댓글 하나도 조심스럽구요.”

심찬양 씨는 SNS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있다. 페이스북 계정은 www.facebook.com/graffitiroyaldog 인스타그램 계정은 @royaldog_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