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한문 만학도 우제실 권사(공주중앙교회)
일흔넘어 한문공부 시작, 4급·5급 자격증 취득
“젊은이들, 하나님 능력 믿고 도전하라” 조언

▲ 일흔넘어 한자능력자격증을 취득한우제실 권사(공주중앙교회)
“나는 학교도 한번 안댕겨봤는디 글쎄 하나님이 한문자격증을 따게 해주셨슈. 내가 뭘 얼마나 알고 했겠소. 다 하나님이 이뤄주신거지.”

우제실 권사(공주중앙교회 명예·사진)는 일흔이 넘어서 공부를 시작해 한자능력자격증 4, 5급 자격증을 취득한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자랑할 것이 없다고 수줍어 하는 노(老) 권사의 한자자격증은 오랫동안 설득 끝에야 볼 수 있었다.

올해 78세인 우 권사는 2011년 73세에 5급, 74세에 4급 한자능력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흔을 넘긴 할머니가 한자 자격증을 딴 것 자체로 특별하지만 더욱 이목을 끄는 것은 우 권사는 학교를 한번도 다녀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평생 한글도 읽고 쓰기가 어려웠는데 한자자격증을 가졌다니 관심이 갔다.

“우리 목사님이 한자 박사라 평소 한자 공부를 해보고 싶었는데, 손녀 따라 시작해보니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하다 보니 하나님이 떡하니 붙여주시데요. 그래서 자격증이 두 개나 생겼슈.”

1939년생인 우 권사는 초등학생 손녀와 함께 2011년 처음 한자능력시험을 봤다. 한글도 잘 써보지 않았던 터라 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만 한획 두획 또박또박 그려서 첫 시험에 72개를 맞아 합격했다.

“합격증을 받자마자 한자박사인 진상선 목사님께 달려가 자랑했어요. 내 일처럼 기뻐해주시는데 너무 신이 났어요. 그래서 또 도전했죠.”

평생 처음해보는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다는 우 권사는 어릴 때는 어려운 살림 때문에 학교 문턱에도 가 볼 수 없었다. 자라서는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또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저 농사일하며 자녀 기르고, 교회에 나오는 게 전부인 일생을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배운 것이 없어도 자식농사는 야무지게 지었다. 3남매 모두를 대학에 보내고, 2명은 교사로 키웠다.

“그저 성실히 일하고,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것 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그냥 열심히 사는거지. 그러다 보니 하나님이 내게 상을 주신 것 같어.”

우 권사는 자식들을 다 시집장가를 보내고 난 후 한때 우울증을 겪었다고 했다. 치열하게 살다가 할 일을 끝낸 것 같아서였을까 갑자기 우울감이 몰려왔다. 벌써 20년 전이지만 당시 기도하던 중 그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좋은 것으로만 주었는데 왜 그러냐”는 음성이었다.

이 때부터 우 권사는 우울증을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희망을 품었다고 했다. 하나님은 계속 내게 좋은 것만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다시 긍정적으로 살다보니 기회를 만나 한자공부를 하게되고 자격증까지 갖게 된 것이라고 했다.

우 권사는 “나는 별것 아니지만 나를 통해 하나님이 증거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은데 한자자격시험을 통해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55년 신앙생활을 하며 어렵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하나님이 내게 힘이 되어주시고 위로가 되어주셨다”고 말했다. 이런 긍정의 힘 때문일까.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우 권사는 아직도 힘이 넘친다. 주일예배를 비롯해 새벽예배와 수요기도회, 금요철야 등 공예배에 빠지지 않고, 매주 주보접기 봉사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신앙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제실 권사는 “하나님은 못하실 일이 없다. 나 같은 무식쟁이도 한자자격증을 따게 해주시는데 말 다 했다”며 “젊은 사람들이 주님을 믿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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