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인생 빚진 자로 섬김에 힘쓸 것"
모아둔 사재 털어 재단 설립 … 제2사역에 전념

‘희망나눔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역에 나선 이정익 목사(전 총회장, 신촌교회 원로·사진)는 “47년 목회를 마치고 남은 여력을 한국교회에 쓰고 싶다는 생각에 재단을 이루게 됐다”며 가난한 목회자와 신학자에게 늘 빚진 심정으로 살았는데, 이제 남은 인생 이들을 섬기고 나누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작정 구휼사업을 하는 것이 희망나눔재단의 사역이 아니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한국 교계에 그간 꼭 필요했지만 ‘사각지대’에 있었던 이들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목사는 “한참 목회하는데 힘들고 어려워 탈진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갈등 가운데 있는 분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들에게 돈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가장 중요한 사역으로 ‘탈진하여 길을 잃은 목회자들’을 섬기는 일을 꼽았다. 이 목사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약간이나마 도움을 주면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는 목회자들이 목회 원리를 되찾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일이 더 좋겠다”며 “그들을 가능한 한 찾아가고 불러 모아서 함께 고민하고 배움의 장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는 그는 가끔 주일에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만나 함께 예배 드리고 헌금도 드리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사모에게 별도의 용돈도 손에 쥐어주고 돌아온다고 했다. ‘계속 돌봐줘야 할 교회’라고 판단되면 재단을 통해서 도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우수한 신학논문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에도 의지를 보였다. 이 목사는 “서울신대 이사장을 해 보니 교수들이 논문을 책으로 펴내야 하는데 재정이 없어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우수한 논문이 나오면 그 논문이 한국 교계나 신학자들에게 도전을 줄 수 있다. 그러한 책 한 권이 우리에게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현직 총장 등 신학자들에게 의뢰해 지원할 연구논문을 선정,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다.

북한 어린이 돕기 사역도 이 목사의 관심있는 사역이다.  해외 구제사역은 글로벌비전 이사장을 맡아 이미 해 오던 일이지만 희망나눔재단에서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북한에는 발육이 멈추고 뇌 발달이 정지된 아이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에게 쌀 100g에 30여 가지 영양소를 넣은 ‘영양쌀’을 밀봉해서 전해주면 아이들이 회복된다고 한다”면서 “7~8년 전부터 미국에서 제작해 직접 북한으로 보내고 있는데, 한국에 남아도는 쌀로 영양쌀을 만들어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를 위해 자신의 사재를 털어 재단 설립 및 운영비로 아낌없이 내놓았다. 그는 “교회에서 준 퇴직금과 그간 조금 모아놓은 재정을 모두 여기에 넣으려 한다”며 “몇몇 독지가들이 후원까지 하면 모금을 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사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이 목사는 “일선 목회를 은퇴하면 허전함과 허무함을 느낀다는 분들이 계신데, 처지를 바꿔 보면 하나님이 주신 좋은 생각이고 기회이다”면서 “목회할 때와는 다른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 일을 감당해 보려고 한다”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소문 내지 않고 조용히 하려다 이 일이 한국 교계나 원로들에게 조그마한 메시지라도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감사예배를 드리고 출범하게 됐다”며 “원로목회자들이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기보다 나름대로 자기 일을 찾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또 “조금 능력 있고 여유가 있는 목회자들이 앞으로 은퇴할 경우 이런 재단을 몇 개 더 세우면 좋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