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컨버전스 아트로 만나는 ‘미켈란젤로’
그래픽 아트로 재해석, 살아 숨쉬는 입체감 돋보여

창조주와 아담이 서로를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는 ‘천지창조’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 3대 예술가 중 한 명인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의 일부로, 이 천장화에는 모두 343명의 성경, 신화 속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평면에 그려진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살아 숨 쉬는 듯한 입체감과 예술성으로 지금도 휴가철이면 하루 1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박물관을 찾고 있다.

이 유명한 미켈란젤로 필생의 역작을 이탈리아에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미켈란젤로전:컨버전스 아트로 만나는 천지창조’가 열리고 있다. 컨버전스 아트는 조명과 영상기술, HD프로젝터를 결합해 시각적인 효과를 감각적으로 나타내는 예술 활동을 가리킨다. 이번 미켈란젤로전은 천지창조를 각종 모션그래픽과 IT 미디어 등으로 디지털화해 재해석해냈다. 그래픽 아트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천지창조 속 아담과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속 12사도 등의 인물들이 손을 움직이고 눈을 깜빡이며 마치 정말 살아 숨쉬는 듯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고 있다.

이렇게 작품 속에 피어나는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은 그림과 교감하며 강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전면과 측면, 바닥 모두를 활용한 영상과 다양한 체험형 컨텐츠를 통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예술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전시관 곳곳에서 작품과 관객들의 교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 시스티나 천장화 작품 전체를 천장에 전체적으로 투영해 한 눈에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은 전시공간에서는 관객들이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매트와 쿠션, 벤치 등이 놓여있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누워서 한참동안이나 천장을 바라보며 천장화를 감상하고 있었다. 

한켠에는 시스티나 천장화 중 천지창조만을 크게 확대해 감상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있다.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방 가운데에는 방석과 쿠션들이 놓여있어 바닥에 가만히 앉아 주변의 스크린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천지창조의 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다. 관객들은 이런 다양한 공간 속에서 깊은 감상을 하며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 또한 할 수 있다.

전시관 전체에 흐르는 음악도 감상을 돕는다. 대담한 연주 스타일이 돋보이는 첼리스트 장한나의 첼로 선율과 폭넓은 감성표현을 보여주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곡이 전시관을 들어서면서부터 빠져나올 때까지 잔잔하게 흐른다.

사실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는 자칫 존재하지 않을 뻔도 했다. 자신을 조각가라고 여기고 회화는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 미켈란젤로가 작품을 의뢰하는 교황의 청을 계속해서 거절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듭되는 교황의 청에 미켈란젤로는 수락할 수 밖에 없었고, 4년 동안 오직 천장화에만 매달려 그 특유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짙게 묻어나는 세기의 걸작 천지창조가 포함된 천장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는 이런 일화와 같은 미켈란젤로와 작품에 얽힌 이야기가 잘 소개되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 조각가, 건축가, 화가, 시인 등으로 다방면의 예술 활동을 펼쳤던 미켈란젤로를 좀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그의 어록과 시, 건축물을 담은 사진과 그림 등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어 르네상스 3대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의 진면목을 확인할 있다.

전시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11월 3일까지 계속된다. 문의:1661-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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