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남자와 여자를 지으셨다'
분명한 남녀 동등성 천명
성경 속 여성 비유 바르게 해석해야

요즘 사회에서 많이 거론되는 말 중 하나가 ‘여성 혐오’이다. 교회는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점에 나가 출판되어 있는 도서들의 제목을 찾아보았다. 여성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어머니, 아내 등 가정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렇듯 기독교 도서들 안에 아직까지 여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 여성을 가장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성경근거 여성 비하는 오류
‘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은 직설적이고 쉬운 문장으로 여성신학에 대한 깊고 날카로운 해석학적 통찰을 제시한다. 저자 김세윤 박사는 아직 여성 안수가 허용되지 않는 예장 합동의 목회자이다. 김 박사는 총신대를 졸업해 총신대 신대원 교수와 신대원장을 역임했다. 그렇지만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교회가 여성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박사는 하나님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남자와 여자’를 지으셨다는 창세기 구절에 주목한다. 이보다 더 분명히 남녀의 동등성을 천명하는 구절은 없다는 것이다.

또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었다’거나, ‘여성은 남성에 순종해야 하는 부속적인 존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구절인 창세기 3장 16절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와 ‘하나님이 여성을 남성의 갈비뼈로 지으셨다’는 창세기 2장 18~25절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논리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그는 성경적인 관점에서 보면 뒤에 오는 것이 더 완성된 것이라는 개념도 있다는 점을 든다. 예를 들어 창조 기사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창조된 인간이 제일 우월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흔히 ‘돕는 배필’로 해석되는 ‘에제르(ezer)'의 올바른 해석을 위해서 ‘에제르’는 사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에제르, 즉 ‘도움주시는 분’이라고 표현될 때 사용된 문구였다는 점을 설명한다. 그러므로 돕는 배필이라는 말에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열등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흔히 바울이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입지를 좁혔다는 해석에 대해 갈라디아서 3장 28절을 들어 반박한다. 바울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리스도의 새 창조 질서 안에서는 유대인도 헬라인도 남자도 여자도 상전도 노예도 없고 다 하나’라는 것이다.

김세윤 박사는 한국교회가 성경구절을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 올바른 해석학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말씀의 본질에 집중해야 하지 지엽적인 부분들만을 율법적으로 고집하는 근본주의적인 태도는 극복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해 여성을 배척하는 잘못된 해석학으로 성경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이다.〈김세윤/두란노/135쪽/8000원〉

여성의 인격은 ‘은사’
‘여성 그대의 사명은'은 스위스의 의사로서 ‘인격 의학’을 주창하고 심리학을 기독교와 통합시키는 데 크게 공헌한 폴 투르니에가 쓴 책이다. 원제는 ‘The Gift of Feeling', ‘느낌의 은사’라는 의미이다.

저자 스스로의 상처와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 남성으로서의 한계 등을 철학과 역사, 심리학 등과 버무려 풀어냈다. 저자는 스스로 자신의 ‘세번째 상담사’라고 부르는 아내 넬리와의 관계를 통해 발견한 ‘여성과 남성이 다른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성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반면 여성은 자신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상대방과 나누는 것에 더 열려있으며 이것은 여성이 지닌 은사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인격 감각을 연약함으로 여기는 사회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이 지닌 이 감각을 통해 지성이 직관 및 인격 감각과 융합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으로써 남성들 또한 감정 표현의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집안일을 하찮게 여기는 남성들에게 경고한다. 남성들이 그런 태도로 아내를 대함으로써 여성들도 집안일을 지루하게 여기고 싫증을 내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각자가 하는 일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길 때 가정 안에서의 사랑과 평화는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또 저자는 남성이 여성에게 설명하고 권면할 때도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칫하다간 군림하고 지시하는 모습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내와 함께 하나님의 임재 앞에 나아갔을 때 비로소 부부가 서로 배울 것이 있고 서로가 필요함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는 경험을 고백한다.

저자가 책을 마무리하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남자와 여자는 더불어 세계를 건설하도록 창조된 것이다. 권력을 향한 끝없는 경주로 점철된 남성적인 역사와, 인격보다 사물을 우위에 두는 남성적인 문명을 건설하는 것은 창조주의 의도에 어긋나는 것이다.’〈폴 투르니에/IVP/274쪽/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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