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제거하고 본질 회복하는 계기 삼아야"
결핍의 문제가 아니라 탐심이 문제 ··· 소외된 이웃 섬기는 '틈새 복지' 필요

신년특별 좌담

                         주    제 : 경제위기 속  한국교회의 역할찾기
                         좌담자 : 박순영 목사(본지 편집위원 · 장충단교회),
                                     정재우 목사(평택교회), 한태수 목사(은평교회)
                         일    시 : 1월 2일 본사 사무실
                

본보는 최근 불어닥친 경제위기에 대한 진단과 향후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기 이해 경제 전문가인 현정택 KDI원장과의 대담에 이어 경제위기 속에서 목회적 대안을 찾고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경제위기 속 한국교회의 역할 찾기'라는 주제로 특별 좌담을 가졌다.

 

경제위기 한국교회 상황은? 

박순영 목사 9월부터 시작된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제2 IMF와 같은 경제위기가 닥쳐왔다. 이런 경제위기가 한국교회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고 또 교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목회자 입장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태수 목사(은평교회) "역사의 중심에서 하나님이 밀려나고 사람과 돈이 중심에 오는 것이 위기의 본질이다. 원초적으로 돌아가서 순수한 동기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한태수 목사 역사의 중심에서 하나님이 밀려나고 사람이나 돈이 중심에 오는 것이 문제다. 지금은 하나님의 위치에 사람이 올라와 있고, 사람이 하나님의 위치를 대신하고 있다. 사람의 계획으로 엄청나게 잘 될 것 같았던 금융이나 부동산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어떻게 보면 이번 미국 발 경제위기는 전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의 메시지 일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번 위기는 상당히 희망적이다. 이번 기회에 교회도 거품을 빼고 본질적인 것을 회복해야 한다.

박 목사 하나님 보다 돈을 더 숭배한 것이 위기의 본질이라는 진단에 공감한다.  그런데 이번 위기로 많은 교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교단의 일부 기금이 펀드에 투자돼 손실을 보고 있고 많은 교회들의 연말 결산이 예산에 밑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 교회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정재우 목사 성도들의 헌금이 줄고, 사업하는 성도들의 수입이 줄고 있다. 우리 교회의 경우 작년에 성도의 수가 늘어났지만 재정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올해도 같은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작은교회의 어려움이 크다. 성결신문에도 보도 되었지만 작년에 10~20%까지 재정 적자를 본 작은교회들은 벌써부터 올해 재정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교회도 경제적 현실에 맞게 예산  규모나 행사를 줄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 교회도 90주년 행사를 축소하고 교역자 사례비 동결 등 긴축 재정으로 편성했다. 물론 어렵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되겠지만 전도나 훈련 등 본질적인 것에 소홀하면 안 된다. 우리교회의 경우 IMF 말에 교회당을 건축했다. 그때도 굉장히 어려웠지만 열심히 하니까 배 이상 성장했다. 

한 목사 교회가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수익을 얻는 것 보다는 들어온 수입을 잘 보존하고 효과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 선교비에 의존하는 교회가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목회자 자녀들의 교육비에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예산 편성을 잘 했으면 좋겠다.

정 목사 나는 교단에서 수익 사업을 하는 것을 찬성한다. 침례교나 감리교 등 다른 교단은 임대 수입이 들어온다. 우리 교단도 총회비에만 의존하지 말고 수익 창출을 통해 교단을 운영해야 할 때다. 물론 교단에서 자산을 운용할 때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교단의 기획실이나 경리과 등에서 전문가나 능력이 있는 사람을 사용해야 할 때이다.

박 목사 사실, 교회가 하는 일은 기업의 이윤 추구와 다르다. 신학적으로 성경적으로 옳으냐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펀드나 주식투자가 현대사회에 공인 된 것이기는 하지만 단기간에 많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 투자가 과연 교회의 기금적립 방법으로 적당한인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
무엇보다 펀드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회가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교회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한 목사 작은교회 지원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본다. 감찰별로 작은 교회의 현황을 파악해 지방회에서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대형교회와 미자립교회간의 자매결연을 통한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일방적인 지원보다 상호 교류나 도농 직거래 등의 방법이 필요하고 같은 지역에 있는 교회들이 연대해서 작은교회를 돕거나 노인과 아동복지시설, 상담소. 도서관 등을 공동 지원, 개발하는 것도 모색해야 한다. 
교단 안에서도 단위 사업별로 평가해서 예산을 재배분해 의미가 있는 곳에 지출을 늘리고 불필요한 부분은 삭감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교단 예산의 큰 그림을 그려서 건축하는 교회나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방법도 찾아야 하고 또 긴급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역할

 박 목사 미국에 그리스도신용협동조합이 있어서 교회대출을 해주는데, 40년 동안 2개가 부도가 났다. 2008년 한해는 8개가 부도가 났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한국교회도 이런 위기에 대처를 해야 하는데, 우리 교회는 해외 단기선교 대신에 제주도에서 봉사하기로 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교회도 어떤 모양이든 사회적 어려움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상징적 이유에서 그렇게 했다.
이제 교회도 교회적 문제에서 사회 밖으로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

정 목사 지금은 성결정신을 갖고 사회적 성결을 실천해야 한다. 웨슬리의 후예답게 교회 안에서만 머물지

정재우 목사(평택교회) "교회는 이제 사회운동 보다 사회적 서비스로 가야한다. 사회복지를 성결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 전문가와 전담부서를 통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말고 이 시대에 맞는 성결운동을 벌여야 한다. 사회선교나 봉사 등 사회복지가 위기 시대에 성결운동의 한 방편이라고 본다.

‘틈새 복지’를 해야 된다. 국가나 사회복지 시설이 감당하지 못하는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야 한다. 한 국가에서 약 15%가 복지수혜 대상자인데 이중 5%만이 혜택을 받고 나머지 10%는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교회가 책임지고 복지혜택을 주는 것이 틈새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또 교회가 고령화에 대비해 노인복지와 선교에 힘쓰고 다문화 가정, 탈북자, 호스피스 등에 대해 빨리 대처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 일수록 남이 못하는 부분을 감당하는 틈새 복지, 틈새 목회에 더욱 힘써야 한다.
한 목사 교회는 언제든지 소외된 자, 가난한자, 장애우, 노숙자, 이주민과 함께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전체가 기독교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 교회가 받은 축복을 나눠야 한다.

박 목사 교회가 선포해야 할 메시지도 중요한 것 같다. 경영이나 경제의 주체가 사람이다. 결국 사람이 변화해야 하고 사람이 희망을 품어야 경제도 잘되기 때문이다. 사회는 결국 종교의 반영이다. 물신 숭배가 만연했다면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가 이를 부추겨 온 것은 아닌지 되새겨야 한다. 또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선포해야 하고 정직하고 절제 생활하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할 수 있도록 교회가 건전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소외계층 위한 대책

박 목사 이제 경제 위기 속에서 가장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소외계층, 차상 위 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교회가 어떻게 구축할 수 있겠는가?
정 목사 그동안 교단에서 사회적 책임이 약했다. 이제라도 사회국을 신설하거나 예산 책정 등 조직적으로, 구조적으로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문자료를 가지고 조사도 하고 도우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예산에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고 사회봉사 헌금을 통해 개인이 동참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형교회가 지역사회의 전도를 위해 함포사격 하듯이 복지사업을 전개한다면 복음화의 토양이 다져지게 될 것이다. 이런 토양이 형성되었을 때 작은교회들이 전도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지역교회가 연합해서 지역사회에 필요에 응답하면 많은 지역교회들이 복음전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 목사 요즘 교회들을 보면 이성주의와 실용주의와 결탁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복지를 한다고 해도 남에게 보이거나 뭔가 남는 것이 있어야 실행한다. 교회는 원초적으로 돌아가서 예수님이 하신 것을 해야 한다.
자연발생적으로 순수한 동기에서 복지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갇힌 자 장애우, 병든 자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기의 순수성에 나오는 사회 참여를 한다면 교회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교회가 그 지역의 장애우와 독거노인 등을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복지사역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박순영 목사(본지편집위원, 장충단교회)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선포해야 하고 정직하고 절제 생활하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할 수 있도록 교회가 건전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박 목사 사실 ‘경제’라는 말은 헬라어 ‘오이코노모스’에서 왔다. 오이코스는 집이란 의미이고, 노모스가 관리경영이다. 결국 집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 관리에서 경제 이코노믹, 교회연합운동인 에큐메니컬도, 환경을 뜻하는 에코러지도 나온 것이다. 결국 사람을 볼 때 내 식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공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지난 한해 문화계에서 가장 큰 사건이 숭례문 방화 사건이다. 자기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숭례문에 불을 질렸다.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인 사람도 있다. 이런 사건을 볼 때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것이 내 재산을 돌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웃을 집안 식구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마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박 목사 범위를 좁혀서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정 목사님은 교단과 개 교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복지사역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한 목사님은 한국희망연대에 대해 소개해 주시고,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정 목사 우선, 교단적 차원의 복지 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 교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단은 성결운동을 사회적 운동으로 일으키기 위해서 인력을 키우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고령화, 저출산, 다문화에 대해 교회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농촌은 두 가정 중에서 한 가정이 다문화 가정이다. 그러나 가정마다 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에 대해 교회가 남보다 앞서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 교회가 감당하기 어려우면 지방회 차원에서 연합으로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다음에 저출산 시대에 기독교 교육이 중요하다. 기독교 정신을 통해 아이들을 육성해야 한다. 기독교 정신을 가지고 철저한 기독교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사람을 양성해야 미래가 있다. 교회가 어린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젊은 부모들이 모이게 된다. 

한 목사 희망연대가 조직된 것은 한국 교회의 이름으로 한국사회에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교실형이 아니라 실제 삶의 현장으로 나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중대형교회 50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1년 전 만들었다. 조직하자마자 태안기름 유출에 힘썼고 이주민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주민 선교단체와 개 교회의 자매결연을 맺어주고 노숙자 급식, 장애우 금강산 관광, 미얀마 구제활동 등 소외된 자의 아픔을 나누려 애쓰고 있으며, 국내외 재난 현장에도 달려가 봉사하고 있다.

이밖에 생명존중 기도회와 북한 어린이 결핵약 지원, 기독교의 인재 양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교리적이고 교파적인 것을 초월해서 목회자가 앞장서서 봉사와 복지에 힘쓰고 희망으로 연대하려고 한다. 그러면 한국교회의 전체 이미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박 목사 교회가 잉여 이익을 나누어주듯이 자선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기업도 제품 선전이나 이익을 강조하지 않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이웃을 돌보는 사회적 책임에 힘쓰고 있다. 이런 기업의 이미지와 수익이 올라가고 있다. 이런 사회적 기업들이 교회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교단도 대사회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대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제 성결교회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교단적 복지 정책, 사회선교나 사회선교국 등을 만들어 성결운동의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 대담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정 목사 성결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교회가 하는 것을 적절하게 세상에 알려야 한다. 그동안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태안반도 봉사도 70~80%가 교회가 감당했지만 사회에 알려지지 않았다. 알릴 것은 알려야 전파력이 있다. 성결운동도 알려야 효과가 있다.  

박 목사 교회가 노골적으로 전도만 표면에 들어내서 사회에 상당한 저항감을 얻었다. 성경에도 빛을 비추고 착한 행실을 통해 영광을 돌리라고 말씀했다. 착한 행실은 감추고 전도만 내세워 개종하고 상대방을 꺽는 데만 너무 익숙해왔다.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스스로 인정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한 목사 십자군 정신보다는 십자가 정신으로 가야 한다. 결국 교회가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 21세기의 교회 방향은 성결로 귀결되고 있다. 성결은 사랑의 동기를 갖고 삶에서 표현되어야 한다. 또 교단이나 개인 이름을 내려놓고 한국교회 이름으로 잘 포장하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위기가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 목사 지금은 과거 권위주의적 시절에 있었던 인권과 민주화 운동 등 사회운동(Social Action)이 아니라 사회봉사(Social Service)가 필요한 시대다. 교회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소셜 서비스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성결교회는 성결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일회적이거나 전략이 없는 사회적 성결운동이 아니라 전문가와 전문 부서를 통한 체계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박 목사 오늘 대담을 통해서 우리는 오늘의 경제적 위기가 단순한 결핍의 문제만이 아니라 거품이 걷히고 교회가 순수한 동기로 사랑을 실천하는 선교적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본질을 회복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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