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 '그리스도의 변용' ・ 카라바조 '그리스도의 매장'

여름휴가철이다.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들도 많겠지만 집에서 느긋하게 책과 더불어 쉼을 즐기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독서도 물론 좋지만, 여유가 될 때 느긋하게 앉아 그림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아온 명화 감상을 통해서 성경을 묵상하는 것도 색다른 일이 될 것이다. 여기 개성이 너무나도 다른 두 거장의 그림을 함께 감상해보자.

라파엘로의 ‘그리스도의 변용’
르네상스의 3대 거장 중 한 명인 라파엘로의 마지막 작품이다. 라파엘로의 그림의 특징은 부드러운 색채와 아름답고 섬세한 인물 표현으로 대표된다. 이 ‘그리스도의 변용’은 마가복음 9장의 내용을 화폭 안에 담은 작품이다.

그림의 구도는 상중하 세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맨 위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모세, 엘리야가 있다. 중간층에는 그리스도와 모세, 엘리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베드로와 요한, 야고보가 있다. 하단에는 간질병 걸린 아이를 고치려고 시도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들과 아이의 부모가 있다. 그리스도가 이 그림의 가운데 맨 윗부분에 있어,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그리스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저서 ‘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 시리즈에서 명화를 통한 입체적인 성경 읽기를 추천했던 한기채 목사는 이 작품에 대해 “신앙적인 체험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뿌리박힌 믿음과 일상 영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변화산에서 예수가 변용된 모습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믿음’으로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묵상이다.

“믿는 사람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다”는 그리스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림이다.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
카라바조의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이다. 대가 미켈란젤로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출신 지역인 카라바조를 예명으로 사용했다. 르네상스가 끝나갈 때, 바로크 초기 시대에 활약한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채도가 낮은 색을 많이 사용해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빛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극적인 느낌을 준다. 화면에 강조점을 주는 바로크 미술의 특징을 아주 잘 구현하는 작품들을 그렸다.

또 카라바조는 성경을 소재로 그린 성화를 아주 화려하거나 성스럽기만 한 것으로 그리지 않아, 일반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그는 작품을 그릴 때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가난한 서민들을 모델로 예수나 제자들을 그려 카라바조의 그림 속 얼굴들에는 어딘가 친숙한 고뇌나 피곤함이 느껴진다.

‘그리스도의 매장’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내리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그리스도의 죽은 육신이 보이고, 주변에는 슬퍼하는 여인들과 제자들이 보인다. 그런데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그림 바깥을 바라보고 감상자와 눈을 맞추고 있는 니고데모이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이론분과 위원장인 홍익대 예술학과 한정희 교수는 “카라바조가 니고데모의 시선을 그림 밖으로 이어지도록 그린 것은 그리스도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똑똑히 보라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장치이다”라고 말했다.  

그리스도의 죽은 육체를 십자가에서 내리는 니고데모는 강렬한 눈으로 그림 바깥의 사람을 응시한다. 마치 관람하는 이에게 이쪽으로 와서 그리스도의 시신을 같이 들자는 듯 한 눈빛이다.

명화를 통해 만나는 성경의 이야기는 이처럼 색다른 감동과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성경을 더 깊이, 더 사실적으로 느끼게 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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