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면직” vs “담임목사직 권고사직”

일제시대 신사참배를 반대하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에 대한 교단의 징계가 면직이었는지, 담임목사 권고사직이었는지에 대한 엇갈린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박용규 교수(총신대)는 최근 1939년 12월 19일 남문외교회당에서 개최된 제37회 평양노회 임시노회 회의록(사진 오른쪽)을 근거로 “주기철 목사는 면직된 것이 아니라 당시 시무하던 산정현교회로부터 권고사직 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박 교수의 말은 지금까지 주기철 목사가 총회의 신사참배를 거부해 목사직을 면직당했다는 학계의 정설을 뒤엎는 주장이다. 박용규 교수는 당시 노회 회의록을 근거로 “1939년 제 37회 평양노회 임시노회 관련 기록을 보면 ‘산정현교회 시무를 권고 사직시키다’라고 적혀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 교수가 공개한 당시 노회록 촬요에는 “주기철 목사는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와 총회장의 경고문을 무시한 이유로 교회헌법 권징조례 19조에 의하여 산정현교회 시무를 권고 사직시키다. 이인식 목사를 산정현교회 당회장으로 임명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는 “주기철 목사에 관한 책을 저술한 이들이 회의록을 꼼꼼히 살피는 대신에 당시 신문기록 등 2차 자료에 의존해서 잘못 알려진 것 같다”면서 “다른 학자들도 객관적으로 다시 검토하기를 제언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박 교수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입장이다. 예장합동 역사위원회 전문위원 장영학 목사는 “박 교수가 제시한 회의록은 원본이 아니라 2004년 과거 신문자료를 보고 기록한 ‘임의 회의록’이므로 1차 자료가 될 수 없다”면서 “1939년 노회 현장에 있었던 김인서 목사의 증언과 1940년에 창간된 장로회보를 보면 주 목사가 면직 당한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또한 해방 후 장로회신학대학교 동문 명부와 평양신학교 학적부에 주기철 목사의 이름이 삭제된 것 등도 목사직 면직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박용규 교수와 장영학 목사의 주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이란 책에서 주기철 목사의 문제를 상세하게 다뤘던 최덕성 총장(브니엘신학교)은 “1차 자료인 노회회의록(촬요)이 없는 상황에서 주기철 목사의 징계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주기철 목사에 대한 1938년 12월 19일 평양노회 임시회의 결정이 산정현교회 담임목사직에서의 ‘권고사직’인지, 아니면 정말 ‘목사 면직’ 결정인지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기를 겸손히 제언하고 싶다”는 박용규 교수의 말처럼 학계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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