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알면 성경이 보인다”

성경에 수록된 한자는 약 2000여 개. 요즈음은 쉬운 한글성경이 시중에 많이 출간돼 한자의 중요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지만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의 정확한 뜻과 의미를 파악하려면 한자를 배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창세기, 민수기, 신명기, 사사기, 시편 등 성경 목록 대부분에 한자를 사용했고 한글 동음이의어 단어는 106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 말씀을 한자로 풀어쓴다면 ‘천지창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네 글자만 보아도 하나님이 이 세상의 주인이시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한자는 이와 같이 간단명료하게 성경의 핵심내용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김기우 목사(청계열린교회 원로)는 많은 목회자, 성도들이 한자로 된 성경 단어의 정확한 뜻과 의미를 모르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중 은퇴 후 한자로 된 말씀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김 목사도 처음부터 한자를 많이 알았던 것은 아니다.

한자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한자를 가르치는 학원도 다니면서 매일 조금씩 익혀 지금은 5000여 한자를 외우는 수준에 이르렀다. 본인은 아직도 “한자를 잘 모른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한자 전문가가 된 것이다. 시중에 나온 한자 수록 성경에서 잘못 인쇄된 한자도 찾아내 알려줄 정도이다.

김 목사는 한자 교육을 위해 수년 전  ‘신 천자문’과 ‘성경으로 본 천자문’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2011년 출간한 ‘성경으로 본 천자문’은 성경에 나온 한자를 1구 4자 250구, 1000자로 구성, 정리한 책이다. 한자가 겹치지 않고 1000자가 되도록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6월 27일과 28일에는 성락교회와 천안 성경한자교육협회에서 잇따라 ‘목회접목을 위한 성경한자 공개강좌’를 열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아니지만 김 목사는 2시간여 동안 열정을 다해 한자공부의 중요성과 유익을 설명하고 실제 한자를 쉽게 익히는 방법을 가르쳤다.

참석한 목회자·성도들은 진지하게 김 목사의 강좌를 경청하고 중요한 말은 적기도 하며 한자의 신세계에 몰입했다. 수없이 성경을 읽으면서도 왜 성경이 어렵게만 느껴졌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고백도 나왔다. 성경 한자 강좌를 들으면서 성경을 이해하는 새 방법을 찾은 것이다.

김 목사는 “한자는 뜻글자이기에 말씀의 내용을 한자로 묵상하면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고 그 의미를 정확하게 입력하여 실천의 의지를 강하게 한다”며 한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대개 같은 의미로 쓰는 ‘성경’과 ‘성서’는 전혀 격이 다른 말”이라며 “경(經)은 성인이 기록한 상태지만 서(書)는 현인이 남긴 글이다. 말씀의 권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목사, 권사, 판사, 이발사 등에 쓰인 ‘사’자도 한자로 쓰면 정확히 구별되지만 김 목사는 이를 대부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천지창조’ ‘가상칠언’ 등의 한자 의미와 응용단어를 설명하고 쓰는 순서 등을 가르쳤으며 동음이의어, 사자성어, 동자이음, 난해단어 등을 소개했다.

김 목사는 강좌를 마치면서 국한문 성경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을 때까지 틈틈이 교재를 통해 한자공부를 할 것을 권했다. 김 목사는 “한자공부는 그 의미와 뜻을 되새기면서 치매예방도 된다”며 “교회에서 성경한자 교실을 열면 성도들이 신앙과 상식, 예절을 익히고 전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우 목사는 가능하다면 제자를 양성해 한자성경을 가르치는 일이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내 나이와 건강을 생각하면 나도 얼마나 더 한자성경을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강좌를 연 것도 성경한자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만 있다면 일대일 교육도 마다하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김기우 목사의 성경한자 교육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나이를 잊은 듯하다. 그러한 노(老) 목사의 열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성경한자에 대한 관심과 도전,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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