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외로움에 한숨짓는 이웃들
기초생계비도 못 받아 · 난방도 없이 겨울살이
실질적 도움으로 교회가 희망주는 새해 되어야

 미국발 경제위기로 우리사회는 IMF 외환위기 이후 또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야하는 소외계층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추위과 빈곤, 무관심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겨울,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글로벌 경기한파가 불어 닥친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을씨년스럽다.  경제위기가 심리적인 추위까지 몰고온 탓에 이웃을 돌아볼 여유까지 줄어들었다. 그래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조손가정과 독거노인들은 바람막이도 없이 한겨울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올 겨울을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생계막막 ‘조손가정’

돈 벌러 간다며 집나간 아들과 며느리를 대신해 5년째 두 손자를 키우고 있는 황춘식 할머니(78세, 가명)는 올해부터 기초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되어 어떻게 겨울을 보낼지 걱정이다. “아들내외를 본지 5년이 넘었는데 뭐 법이 바뀌어서 호적에 자식이 있으니 이제는 생활비를 못준다고 그러더라구. 애들하고 어떻게 살라는 건지….”
황 할머니는 주변 교회와 복지관에서 가져다주는 쌀과 반찬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종이줍기로 한달 15만원정도 벌던 것도 이젠 걷기가 힘들어 여의치 않다. 지금은 난방조차 사치가 됐다. 세 식구가 전기장판 위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조손가정의 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0년 15만3117명이던 조손가정이 2005년 19만6076명으로 약 28% 증가했다. 문제는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통계청 전국가계조사에 의하면 조손가정 아동빈곤율은 48.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도종합사회복지관 신승화 팀장은 “조손가구수가 꾸준한 증가세이지만 정부의 지원은 까다로운 조건 등으로 생계비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지역 복지관과 몇몇 교회들의 도움이 있지만 사실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랑의쉼터교회(이근수 목사) 사랑봉사대가 인근의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빈곤·외로움 이중고 ‘독거노인’

“쌀 주고 반찬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어서 입에 풀칠하고 살아. 근데 혹시 내가 죽었을 때 며칠씩 발견 못 될까봐 그게 제일 겁나.”
딸과 손주들이 미국으로 떠난 이후 13년째 홀로 생활하고 있는 김선녀 할머니(89세)는 난방도 안되는 지하단칸방에서 외로움과 싸우며 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기러기아빠로 남은 사위가 있지만 일년에 두 번 명절에나 얼굴을 볼 정도 옆방 할머니와 반찬배달해주는 교회식구들이 있어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그나마 있던 기초수급도 끊겨 교회에서 주는 쌀과 반찬이 없으면 끼니 때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독거노인들은 생활고와 더불어 외로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92%는 가족이 있는데도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 있는 사람들은 자식한테 부담주지 않으려고, 돈이 없는 사람은 자식 사정이 어려워서 혼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주 세차례 독거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반찬배달을 하는 사랑의쉼터교회 박연숙 집사는 “자식이 있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이 축소되어 그나마 받던 기초생활지원도 못 받게 된 분들이 많아 걱정”이라며 “교회에서 제공하는 반찬이나 쌀 지원 없이는 일주일도 못 버틸 분들이 많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어려운 이웃 품는 교회역할 필요

조손가정과 독거노인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남들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와 사회과 힘을 합쳐야할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사회가 어려워질수록 교회의 나눔은 더욱 커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복지학 박사 이근수 목사는 “경제사정이 더 어려워 질수록 우리가 도와야 하는 사람들은 늘어난다”면서 “교회규모나 봉사자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돕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고,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