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탐구센터, 한국교회와 제자훈련 포럼
‘신앙에는 도움되지만 삶 속 변화 적어’ 지적도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진행 중인 제자훈련이 신앙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실제 삶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자훈련에서 가장 받고 싶은 주제로 ‘인간관계’, ‘윤리와 도덕성’, ‘돈과 경제’ 등의 응답이 나와 성경공부 중심의 지식보다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훈련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지난 5월 3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와 제자훈련’ 포럼에서 ‘한국교회 제자훈련에 대한 의식조사’를 발표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 송인규 교수)에서 진행한 이번 조사는 제자훈련 경험자 230명과 비경험자 230명, 총 460명의 평신도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목회자는 주요 교단별로 305명을 추출해 진행했다.

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은 제자훈련을 받은 이유에 대해 ‘삶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목회자 41.3%, 평신도 46.1%)라고 가장 많이 대답했다. 두 번째는 ‘성경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목회자 26.2%, 평신도 36.1%)였다.

반면에 제자훈련 후 나타난 변화에 대해서는 ‘말씀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목회자 67.5%, 평신도 47.0%),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목회자 46.8%, 평신도 47.0%), ‘하나님을 더 가깝게 느꼈다’(목회자 71.4%, 평신도 36.1%) 등 개인 신앙생활에 대한 부분이 많았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인격이 변화됐다’는 응답은 목회자와 평신도 모두 30%대 이하로 나와 인격적 변화나 사회를 돌아보는 등 실제적 변화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영 교수는 “세상에서 신앙을 실천하기 위해 제자훈련을 시작했지만 개인 신앙 성장에 그쳤다는 응답이 많았다”며 “이론 중심의 강의보다 삶을 변화시키는 실천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자훈련의 부정적 측면을 묻는 질문에는 ‘교회나 선교단체 내부활동에 치우침’, ‘지식적인 훈련’, ‘양적 성장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밖에 ‘영적 엘리트 의식을 키운다’, ‘리더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 ‘목회자의 권위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제자훈련을 시작했지만 교회와 선교단체 내부에 머물거나 양적 성장만을 강조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자훈련을 받고 싶은 주제로는 ‘인간관계’(목회자 37.7%, 평신도 32.2%), ‘윤리와 도덕성’(목회자 26.2%, 평신도 32.4%), ‘돈과 경제’(목회자 4.6%, 평신도 15.7%), ‘사회의식’(목회자 11.5%, 평신도 10.4%), ‘일터생활’(목회자 4.3%, 평신도 8.9%) 등이 꼽혔다.

정 교수는 “영성과 교회 생활 등에 대한 부분보다 세상에서의 삶과 실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교회의 틀을 벗어나 세상에 대한 이슈들을 다루는 다양한 훈련과 교재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자훈련에 대한 인식은 경험자와 비경험자의 의견이 엇갈렸다. 제자훈련을 받았던 목회자와 평신도는 만족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목회자는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69.8%)와 ‘조금 도움이 되었다’(27.0%)로 긍정적으로 답했으며 평신도도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26.5%)와 ‘조금 도움이 되었다’(64.4%)로 대답했다.
그러나 제자훈련을 받지 않았던 목회자와 평신도를 대상으로 한 ‘향후 제자훈련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없다’(목회자 73.2%, 평신도 60.0%)는 의견이 많았다. 제자훈련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못 느껴서’(목회자 29.6%, 평신도 46.5%)가 많았으며 제자훈련을 받은 자와 받지 않은 자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도 ‘차이가 없다’(목회자 62.0%, 평신도 50.0%)는 응답이 많았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 제자훈련은 이웃에 대한 관심이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연결되지 못한 문제점이 있다”며 “교회 스스로가 갱신해 사회에 대해 초월적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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