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운 네 곳

벚꽃이 만개한 요즘, 봄 나들이객들로 산과 들이 들썩이고 있다. 흐드러진 꽃나무 사이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요즘이다. 흔한 봄나들이에 조금만 의미를 더해도 특별한 나들이가 될 수 있다. 꽃피는 봄날, 영혼의 꽃도 피울 수 있는 남다른 봄나들이 코스를 제안한다.

육필 원고가 전시된 윤동주문학관
▲ 육필원고가 전시된 윤동주 문학관

시인 윤동주 문학관
영화 ‘동주’가 관객수 백만을 넘기며 2개월 가까이 사랑받으면서, 시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윤동주문학관에도 예전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다.

문학관에는 윤동주 시인이 느꼈던 창작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는 육필 원고가 원본 그대로 전시돼 있다. 원고 위에는 썼다 지우고, 고쳐 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래서 원래 구절은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시로 완성되었는지 읽어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팔복’, ‘쉽게 쓰여진 시’, ‘새로운 길’ 등의 육필 원고가 눈에 띈다.

문학관은 건물 자체로도 감상할 거리들이 많다.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한 건물이라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제1전시실에서 제3전시실로 가려면 과거에 물탱크로 쓰였던 곳을 지나가게 되는데,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해 하늘을 시원하게 올려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문학관을 나오면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시인의 언덕’과 카페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인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한 숨 돌리며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기에 좋다.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

▲ 프랑스 양식의 선교사 저택 딜쿠샤

프랑스 양식 선교사 저택, 딜쿠샤
독립문을 지나 행촌동 쪽으로 올라가다보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서구적인 양식의 오래된 건물이 보인다. 바로 1923년 지어진 선교사 저택 ‘딜쿠샤’이다. 이 저택을 지은 사람은 미국인 알버트 테일러 부부로, ‘딜쿠샤’는 ‘기쁨’이라는 뜻의 힌두어이다.

알버트 테일러는 국제 통신사의 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며, 3.1운동 때는 일본경찰의 수색을 피해 독립선언문을 국제 통신사에 전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하기도 한 인물이다. 1942년 일제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추방된 그는 1948년 미국에서 작고했지만, 그의 유해는 그의 유언에 따라 현재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안장돼 있다.

이 건물에는 이런 의미가 깃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는 희귀한 프랑스식 벽돌 올림이 적용되어 건축됐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근현대사 자료이다.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

▲ 벚꽃길 옆에 있는 양화진책방

꽃구경하고, 양서도 읽는 양화진책방
양화진책방은 기독교출판사인 홍성사에서 운영하는 서점이자 문화공간이다. 보통 서점과 조금 다른 점은 편안한 소파와 넓은 테이블 등이 곳곳에 놓여 있어 누구나 들러 조용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양화진책방은 한 달에 한 번씩 ‘죽치고 독서’라는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책방에서 선정한 책을 받아 정해진 기간에 틈틈이 책방에 들러 완독하면 읽은 책을 소장할 수 있는 이벤트이다. 4월의 지정 도서는 마르틴 융이 쓴 ‘멜란히톤과 그의 시대’이다.

꼭 이벤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홍성사는 C.S. 루이스의 양서 대부분을 번역, 출판한 곳이니 루이스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 쯤 들러보면 좋겠다. 책방에는 책 뿐 아니라 기독교 미술이 담긴 액자 등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주변의 들러볼 만한 곳으로는 이미 성도들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양화진선교사묘역 뿐만 아니라 당인리 화력발전소 근처의 벚꽃길이 유명하다. 서울시 마포구 성지길 42

▲ 성곽길을 걷다 쉬어갈 수 있는 가비에셀

서울성곽 옆 한옥 카페, 가비에셀
동대문 옆 낙산 줄기를 타고 이어지는 서울성곽. 성곽을 따라 벚꽃과 개나리꽃 등 봄꽃들이 피어남에 따라 이 곳으로 나들이를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동대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 곳을 많이 찾는다.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중앙교회 뒤편에 위치한 ‘가비에셀’이란 카페가 보인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모교회인 중앙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이다. 2013년 선교사 안식관으로 세워졌다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카페로 전환되었다.

카페 내부는 통유리로 되어 있어 서울성곽이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한옥 특유의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쉬어가기 좋다.   

주변에는 한양도성박물관과 유명 관광지가 된 DDP, 동대문시장, 그리고 대학로 등이 있어 볼거리도 풍부하다. 서울시 종로구 낙산성곽서길 33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