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왜 침묵하고 계십니까?” 물어

신앙의 위기 앞에서 끝까지 그리스도를 선택하면, 언젠가는 복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너무 고통스러울때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기도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도움의 손길 대신, 하나님의 침묵이 더 자주 느껴지기도 한다.

일본의 작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은 오랫동안 기독교인들의 질문이었던 ‘하나님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신가?’란 질문을 다루고 있다.

극단 단홍은 ‘침묵’의 배경을 일본에서 조선으로 바꾸고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모노드라마로 각색해 무대에 올린다. 연출을 맡은 유승희 대표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신앙이 흔들리는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극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7세기, 스승의 배교 소식을 듣고 진상을 파악하고자 조선에 온 로드리고 선교사는 너무나도 참혹한 신도들의 순교를 목격하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스승을 만났지만 그는 더이상 예전 자신이 존경하던 모습이 아니다. 스승은 정말로 배교를 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에서의 선교는 불가능하다며 자신에게도 배교하라고 설득하는 것이 아닌가. 로드리고는 그런 스승을 경멸하고 자신의 믿음은 그의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신도들이 하루에 세 명씩 잔인하게 사형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로드리고는 견디다 못해 차라리 자신을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된다. 결국 스승과 마찬가지로 배교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로드리고.
‘침묵’은 17세기 조선의 기독교 박해 상황을 배경으로 신앙을 부인해야지만 살 수 있는 인물들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끝내는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 앞에 흔들리는 인간의 연약함 앞에서, 하나님은 실패한 신앙인들마저 포옹하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서 극은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나와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을 뿐이다”라는 고백이 관람객의 마음에서 터져 나오게 한다. 유승희 대표는 “‘침묵’은 신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작품”이라고 전한다.

사순절을 맞아 ‘침묵’을 관람하며 그리스도의 고통을 우리가 어떻게 나눠 짊어질 수 있을지 묵상해보는 건 어떨까.

극단 단홍의 ‘침묵’은 전국 각 교회로 찾아가는 공연이다. 극단에 문의해 공연 장소와 시기를 정할 수 있다.
문의:02)309-2731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