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한가지 이상 섬김에 참여하는 교회 91.4%
피해자 위한 변호·공권력 남용 시정 기여도는 낮아

월드디아스포라포럼이 발표한 교회의 사회봉사 참여도 조사가 의미 있는 이유는 개신교가 여느 종교보다 사회봉사와 섬김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교회가 어느 분야의 봉사에 집중하고 약한 부분은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교회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섬김 분야는 ‘지역사회 섬김과 봉사’였다. 이중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인 부분은 ‘지역 환경 개선 분야’(마을 청소, 성탄장식 등)로 64.09%를 기록했다. 또한 장학금 수여, 방과후 학교, 야학 등 ‘지역사회 청소년 교육’(59.99%)이 뒤를 이었으며 ‘지역사회 돕기 위한 바자회’는 54.96%, ‘지역 노인 사역’(노인대학, 양로원 방문 등)은 54.67%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부분에 비해 ‘지역 어린이 교육’을 위한 유치원과 지역아동센터 등은 45.81%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다.

‘사회적 약자 섬김 봉사’ 현황은 전체적으로 사회적 약자 중 고아, 홀몸노인, 홀몸여성, 홈리스, 홀부모 등 ‘독거인’ 사역(44.43%)과 ‘구제 활동하는 NGO 지원’(40.27%)에 비교적 활발하게 참여하는 반면 실업자 사역(15.46%)이나 통일교육 수행(13.64%)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사회정의 실현 봉사’ 분야에 있어서 ‘지역사회 헌신한 봉사기관 지원’은 43.92%로 높게 나타난 반면 ‘피해자들을 위한 변호’(12.36%)와 ‘공권력 남용에 대한 시정 활동’(10.66%)은 낮은 비율을 보였다.

이번 통계조사를 책임지고 진행한 권오병 교수(경희대학교)는 “지역사회 섬김의 차원에서 보면 최소한 한 종류 이상의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교회는 전체의 91.4%로 대부분의 교회가 참여하고 있다”며 “반면에 정의사회 실현을 위한 노력은 51.1%로 비교적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그는 “교회가 지역을 섬기는 일에는 열심이지만 사회정의를 위한 노력은 미흡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학자의 입장에서 논평한 오규훈 총장(영남신학대학교)은 “이번 설문조사는 개신교가 가톨릭과 불교와 비교해서 사회 봉사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는 실제적인 자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이번 신학적 평가를 토대로 앞으로 한국교회가 어떤 영역에서 어떤 방향으로 봉사와 섬김의 활동을 더 제고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오 총장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의 보수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연합사역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정리했다. 가족 의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역의 영역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대 사회적인 혹은 정치적 성격을 띠는 다른 사역들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보수성을 드러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신학적 또는 문화적 차원의 요인 때문에 한국교회가 교회 밖의 어떤 단체나 기관과의 연합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어서 배타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면서 “믿지 않는 사람들과의 연합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을 돕는 일들에 있어서 이미 사역을 잘 하고 있는 단체들과 연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자기 교회의 이름을 내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한국교회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모든 영역 중 가장 낮은 실행률(10.66%)을 보인 ‘공권력 남용에 대한 시정 활동’을 지적하며 “교회가 사회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서 감시하고 사회정의 활동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움직임이 교회 안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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