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물 밑에서 살리신 하나님

나는 1934년 10월 20일 아버지 오소도 성도와 어머니 유말전 권사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읍사무소에 다니셨고 어머니는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우리 4남매를 잘 키우셨다. 아버지는 폐결핵을 앓다가 39세의 젊은 나이로 소천하셨다.  젊은 나이에 가장을 잃고 남은 자식들의 생계를 맡은 어머니에게 교회는 하나님께 하소연하며 눈물의 기도를 드리는 곳이었다. 신앙은 어머니를 붙들어준 버팀목이었다.

어머니는 새벽기도를 마치면 울면서 활천고개를 넘어서 친정어머니에게 갔다. 보다 못한 동네사람들이 자기 집의 쌀을 내어 주어 장사를 시작하게 하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마을 사람들에게서 쌀을 모아 시장에 내다 파는 쌀장사였다. 시골 장터에 다니면서 쌀을 받아와 부산의 도매상에 넘기기도 하고 또 일부는 완월동 근처에 소매로 팔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4남매를 키우셨다.

어머니는 힘든 장사를 하면서도 신앙생활도 모범적으로 하여 늘 우리의 본이 되셨고 나중에는 권사의 직분까지 받으셨다. 어머니는 당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잊지 않고 주위에 불우한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든 도와주시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교회 안팎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분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머니가 소천한 17년후 안 믿는 사람이었는데 죽었다가 살아나 우리 어머니의 천국 집을 보고 왔다며 증언을 하고 다녀서 화제가 되었던 적도 있다.

지금 내 나이는 82세다. 남들은 부러울 것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할 모르지만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았다. 하나님께서 내 인생에서 개입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결정적으로 다섯 번이나 나의 생명을 구해주셨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구석구석 하나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내가 11살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어느 겨울날 주일, 나는 교회도 가지 않고 남문 밖 연못(현 김해세무서 자리)으로 썰매를 타러 갔다. 그 날은 날씨가 다른 날에 비해 좀 풀려 얼음이 꽁꽁 언 상태는 아니었다. 건너 편 남쪽엔 사람들이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지만 내가 있는 가까운 북쪽엔 얼음 위에 사람들이 없었다.

나는 겁도 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썰매를 타고 갈 작정이었다.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썰매를 타고 중간쯤 가는데 우지직 얼음이 깨지면서 나는 못에 빠지고 말았다. 가던 길을 포기하고 얼음이 얇게 언 곳, 즉 왔던 데로 되돌아가면 물이 깊지 않아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썰매 또는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로 붐비는 남쪽으로 가면 쉽게 구조되리라고 생각했다. 그쪽 얼음이 두꺼워 나의 몸무게를 지탱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위로 오르면 얼음이 깨져서 빠지고 다시 오르면 또 빠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얼음이 나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벌어진 상황이다.

저쪽에서 사람들이 손을 내 저으며 수심이 깊어 위험하니 되돌아가라고 소리쳤지만 어린 나의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얼음 밑에 빠진 나는 이젠 정말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음 밑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머리로 얼음판을 밀어 보았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발이 얼음 밑 진흙에 빠져 힘을 쓸 수도 없었다. 그 때 큰 돌이 발에 밟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숨도 가빠 오는데 나는 큰 소리로 “하나님!”하고 외치면서 머리로 얼음을 밀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얼음이 ‘지지직…’ 파열음을 내더니 깨진 것이다. 나는 얼음 위로 머리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멀리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더 오지 말고 얼음을 잡고 있어라 우리가 구해줄 테니!” 몸에 힘이 빠지고 숨도 몹시 가빴다. 깨진 얼음 조각을 겨우 잡고 숨을 돌리고 있을 때, 스케이트 타던 달주라는 사람이 긴 대나무 막대기를 밀어주었다.

나는 그것을 붙잡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워주었다. 물에 빠진 생쥐 격이 된 나를 위한 특별배려였다.

누군가가 교회에 연락을 한 것 같다. 어머니가 예배드리다가 놀라 뛰어 오셨으니 말이다. 어머니는 나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혔다. 어머니는 그때 나에게 한 말씀도 안 하셨다. “왜 주일 예배 안 드리고 썰매 타러 갔느냐, 그러니까 이런 위험한 일이 일어난 게지!”라고 나무라실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회개하며 다짐했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주일을 빼먹지 않겠습니다.’ 그 뒤로 주일을 잘 지키려고 노력했다. 맹장 수술을 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3일 만에 주일 예배를 드리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하나님께서는 어린 나의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시고 물 밑에 바위(예수)를 예비해 나를 구해 주셨다. 이것이 하나님이 나를 첫 번째로 살리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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