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뚝 ‘생계 막막’… 피해보상은 ‘가시밭길’
절망 속 희망 찾는 주민들 … 신앙정비 계기돼

검은기름으로 뒤덮였던 태안 신두리해변이 옛모습을 되찾았다.

지난해 말 기름유출 사고로 태안 앞바다는 온통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다. 바다만 시커멓게 물들여놓은 것이 아니라 태안지역 주민들의 가슴도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그때 뉴스를 듣고 방 창문 밖을 내다보는 데 바다가 온통 새까맣게 변해있었어요.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자포자기 상태였죠." 설미석 집사(신두교회)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악몽 같았던 지난해 겨울을 돌아보는 것조차 몸서리쳐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해 한겨울 칼바람속 태안앞바다를 찾은 123만여명의 봉사자(한국교회 성도 70만명)들이 이곳에‘기적’을 만들어냈다. 자원봉사자들의 수많은 손길이 태안의 해안을 닦고 또 닦아 검은재앙을 깨끗이 씻어냈다.

주민들 시름은 아직

그러나 바다는 옛 모습을 되찾았지만 재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기 침체로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피해보상, 생태복원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몇몇 큰 해변들은 제법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지만 아직 인근의 작은 마을은 흡사 죽은 마을 같은 풍경이 역력했다.

겨울인데다 경제한파까지 겹쳐 신두리해변 인근에서는 외지인을 찾기 힘들 정도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상태였다. 찾는이가 없으니 주민들은 일거리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다.

신두리 해변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윤영암 씨는 “경제난이다 뭐다해서 지난 겨울의 암담함이 다시 몰려오는 듯 하다. 이웃에 문 닫는 가게도 늘고 있다"면서 “이러다가 태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라며 한숨을 지었다.

음식점 할머니도 “여름에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경제난이다 뭐다 해서 다시 죽을 맛”이라면서 “하지만 뭐 어쩌겠어. 살아가야지”라며 자조섞인 웃음을 보였다. 태안 주민들은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지만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다.

피해보상 ‘가시밭길’

무엇보다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 될지 모르는 피해보상이다. 주민들에 대한 피해배상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다. `연말까지는 뭔가 일이 해결되고 먹고 살 길이 열리겠지'라고 생각했던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 실제 배상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라도 먼저 보상을 받아 지금 상태를 유지할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일이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전광호 집사(신두교회)는 “보이지 않는 기름과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언젠가 보상을 받겠지만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책임업체쪽에서는 ‘명확한 입증자료가 있어야 배상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 어업, 식당, 숙박업 종사자 대부분 현금거래를 주로 해 소명자료 부실이라는 이유로 충분한 배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때 반짝했던 태안주민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끊겨 하소연 할 곳도 잃은지 오래다.

이러한 때 기름유출 초기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한국교회가 다시 한번 이들을 위해 힘을 결집해야 할 때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적 안목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후속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중장기 지원 필요

한국교회봉사단(대표 김삼환 목사)은 현재 ‘에코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태안지역을 자연친화적인 ‘생태도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현재 생태사료관(지난 10월 착공)을 건축하고 있다.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녹도’를 도시인의 자연 쉼터와 재충전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생태 섬마을 조성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기름방제작업 때문에 집을 비우고, 올해는 일감을 찾아 집을 비우고 있는 의항지역 가정을 위한 ‘의항아동지원센터’도 내년 8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이 모든 사업은 장기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신두교회 장석정 목사는 “지금 당장 주민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한국교회봉사단에서 이 점을 더 염두해 피해지역에 관광객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데 보다 힘써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태안으로 오세요~" 어렵지만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고 있는 신두리마을 주민들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태안방문에 한국교회가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절망 속 희망찾고 신앙도 다져

한편, 신두교회는 지난 1년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교회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어려움에 직면해 의지할 곳을 찾고, 일이 없어진 마을사람들이 교회를 찾게 된 것이다. 매주 구역예배에는 남자성도들이 더 많을 정도로 남성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장 목사는 “지역주민들이 새롭게 신앙생활을 시작한 것처럼 태안지역이 하루빨리 다시 살아나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태안의 악몽을 한번 이겨낸 저력이 있다. 아직도 고통받는 태안 주민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다시한번 기적을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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