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펄전이 사랑받는 이유’

손동식 박사(하저교회)
어느 주일 아침 한 목사님이 설교를 위해 강단에 올랐다. 그런데 설교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분 후 앞자리에 앉은 청년 하나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설교가 종반에 이르기까지 깊은 잠에서 전혀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목사님은 버럭 화를 내며 청년 옆에서 열심히 설교를 듣고 있던 한 할머니 권사님께 말했다. “아, 권사님. 자고 있는 그 청년 좀 깨우세요.” 그러자 애꿎게 야단 맞았다고 생각한 그 권사님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재우긴 자기가 재워 놓고 왜 날 보고 깨우라 난리야!”

설교의 왕자, 스펄전이 당대의 많은 설교자 들 중 별 중의 별이 될 수 있었던 주된 이유 중 한 가지는 그의 뛰어난 설교언어에 있다. 스펄전은 지루한 틀에 박힌 설교언어들과 결별하고 비유법과 센스어필, 드라마티즘과 같은 시대의 언어와 시대의 옷으로 회중에게 설교하였다. 스펄전의 이러한 설교적 유산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위기 속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현대 강단을 위한 희망의 빛을 제시해 준다.

현대 설교학의 중요한 화두 중 한 가지는 텔레비전으로 인한 청중의 변화된 환경과 이로 인한 메시지의 전달 문제이다. 텔레비전이 끼치는 다양한 영향들은 이것에 익숙한 청중들에게 설교하기 위하여 강단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한다.

악트마이어(E. Achtemeier)는 변화된 환경에 따른 설교언어의 필요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는 주로 시각적 자극에 따라 행동하는 데 익숙한 세대들에게 설교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의 설교자들은 성경적 메시지를 모든 감각을 일깨워주는 언어, 다시 말해 회중들이 보고 느끼고 냄새 맡고 맛볼 수 있는 언어들로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중들은 복음을 구성하고 있는 언어들에 결코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가렛 그린(G. Green)은 이 시대 설교자의 과제를 “상상력을 통하여 성서와 회중이 만나도록 중재하고 촉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하여 설교자는 “성경의 진리가 회중들에게 보여지고 들려질 수 있도록 명료하고 힘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와같이 비록 학자들마다 강조점의 차이는 다소 존재하지만 현대 설교를 위한 그림언어와 상상력의 중요성에 관한한 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새로운 설교언어의 필요성에 대해 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것이 직면하는 실제적인 어려움은 진정한 의미에서 이러한 언어들을 위한 모범적인 설교자의 사례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김운용 교수는 “한국교회의 설교는 상상력, 이미지, 은유, 이야기와 같은 은유적인 언어나 시적인 언어 사용은 등한히 하고, 추상적, 분석적, 논리적 언어들이 특징을 이루는 산문적인 설교형태를 취하여 왔다”고 지적하면서 청중에게 들리는 설교를 위하여 ‘보고 듣게 하는 언어’, ‘메타포적인 언어’, ‘이야기 중심의 언어’ 사용을 제안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펄전의 설교 언어는 새로운 세대를 위하여 한국강단이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모범과 실례들을 제시해 준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곧 보고 듣게 하는 언어로서 ‘상상력과 센스어필적 접근’, 메타포적인 언어로서 ‘다양한 비유법’, 이야기 중심의 언어로서 창조적인 ‘드라마티즘’이 그것이다.

다른 한편 이러한 사실은 오늘 우리가 여전히 스펄전의 설교를 애독하는 이유에 대한 또 다른 단초를 제공해 준다. 곧 현대의 많은 설교자들과 회중들이 스펄전의 설교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그의 설교는 복음의 진리를 오늘 우리에게 익숙하고 들리는 방식으로 설교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롬 10:17) 복음의 진리를 어떻게 들리는 시대의 언어로, 어떻게 회중의 언어로 옷 입힐까 고심하는 자는 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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