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펄전의 ‘드라마티즘’

손동식 박사(하저교회·런던신학대학 설교학 박사)

현대 설교학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이야기 설교이다. 이야기 설교란 한마디로 회중의 주의를 사로잡기 위해 성경의 진리를 이야기의 형식을 빌어 생생하고 극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지난 역사에서 가장 탁월한 이야기 설교의 모범이 있다면 그는 단연 스펄전일 것이다.

스펄전의 친구 칼릴리는 “스펄전의 설교는 철저하게 극적이다 스펄전은 단어들을 말할 뿐 아니라 그것들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라고 적고 있다.

1856년 4월 12일 ‘브리스톨 애드버타이저’(The Bristol Advertiser)의 한 기자는 이렇게 적었다:

“스펄전은 그가 아는 것들을 가장 잘 전달하기 위하여 확실히 극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또한 리취(J. Ritchie)는 1857년 ‘런던 풀핏’(The London Pulpit)에서 스펄전은 “추상적인 진리들보다 극적인 제시들”을 사용함으로 사람들에게 호소한다고 적었다.

스펄전은 입체적이며 극적인 설교전달을 위해 소위 ‘드라마티즘’을 즐겨 사용하였다. 여기서 드라마티즘이란 ‘어떤 인물을 대신 연기하거나 의인화하여 그의 감정과 정서를 표현하거나, 반대자의 반론들을 말하고 조목조목 대답하거나 혹은 두 상상의 인물들의 대화를 드라마틱한 대화와 묘사를 통하여 재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기록된 스펄전의 설교문 속에서 그의 극적인 몸짓들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설교문 속에 녹아있는 극적인 요소들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스펄전은 그리스도의 속죄를 회중에게 설명하기 위하여 인간의 죄를 심판하시고자 하시는 성부 하나님과 인간의 죄를 대신 지시고자 하는 성자 예수님과의 대화를 가상적 이야기로 이렇게 구성한다.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 “나는 저 사람을 심판할 것이다. 나는 반드시 그를 벌해야 한다. 나는 그를 처벌하겠다.” 예수님께서 오셔서 나를 곁으로 밀어내고 내 자리에 서십니다.

피고의 답변이 요구됐을 때 예수님은 “나는 유죄”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나의 죄를 자신의 죄로 삼습니다… 형벌이 내릴 때에 그리스도가 앞으로 나오셔서 이렇게 외칩니다.

“아버지, 저를 처벌하십시오… 저는 저 사람에게 저의 의를 입히고 저에게는 저 사람의 죄를 씌웠습니다. 아버지 저를 벌하십시오… 저 사람의 저주는 제가 받고 저의 복은 저 사람이 누리게 해 주십시오.”

또한 스펄전은 다른 설교에서 십자가를 통하여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옛 자아(the old self)와 새 자아(the new self)를 주요 캐릭터로 설정하여 그들의 대화를 이야기로 구성하는가 하면 믿음으로 얻는 구원의 진리를 설명하기 위하여 믿음과 영혼, 두 캐릭터의 대화를 통하여 설교의 내용을 전개해 가기도 한다.

스펄전의 드라마티즘의 사용은 현대의 이야기 설교자들과 비교할 때 두 가지 측면에서 탁월하다. 첫째, 그것의 주요한 대상이 단순히 사람을 넘어 인격이 없는 추상명사나 교리적 개념으로까지 지평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그의 설교에서 추상명사나 교리적 개념들은 주제를 설명하거나 강조하는 주요한 도구들이다. 둘째, 스펄전은 추상명사나 교리적 개념을 인간처럼 동일한 성정을 가진 인격체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구성하곤 하였다.

그의 설교 속에서 그것은 슬퍼하고 기뻐하고 분노하는 인격적 존재로 종종 묘사된다. 이러한 그의 설교적 접근은 일반적인 설교 뿐 아니라 로마서와 같은 교리적 본문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스펄전은 가상의 대화를 전달 할 때 목소리의 성량과 톤을 적절히 조절하였는데, 이러한 조절은 마치 실제로 대화를 듣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청중에게 주었을 것이다.

이러한 스펄전의 드라마티즘은 현대의 이야기 설교 속에 종종 결핍되곤 하는 ‘이야기의 영혼(soul)'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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