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호 특집/한국교회의 희망, 원로에게 길을 묻다

한국교회는 위기를 맞고 있다. 무신론과 종교다원주의, 인본주의, 물질주의의 세속화가 한국교회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추락한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성결신문은 지령 1000호를 맞아 ‘새로운 희망을 향해 새롭게 출발하자’라는 주제로 한국교회와 교단에 희망의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전 총회장 이병돈 목사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상증 목사, 해비타트 이사장 정근모 장로, 전 대법관 김상원 장로를 만나 현재 마주한 위기와 도전, 그리고 해법을 들었다.   

 

이병돈 원로목사
전 총회장 이병돈 원로목사(80·은평교회)는 1998년 소위 IMF경제위기 시대에 성결인대회를 열어 영적 각성을 촉구하고 실직자 돕기 등 대사회적 사랑실천으로 국난을 극복하는데 앞장섰다. 

이 목사는 현재 직면한 위기에 대해 우선 회개와 자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IMF 위기로 나라가 흔들릴 때, 성결인대회를 통해 회개의 불을 붙이고 사회를 위해 실업자들을 위한 기금을 모금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우리 성결교단이라도 회개운동을 꾸준히 일으켜야 한다”면서 “매년 지방회별로 나라와 교단과 각 교회를 위해 기도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단 안팎의 갈등에 대해서는 ‘목회자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 목사는 목회 기간에 성도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이룬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비결에 대해 “신자들이 스스로 목회자를 볼 때 ‘저 분은 정말 목사님이다’라는 마음들이 생겨야 한다”며 “목회자만 영적으로 깨어서 바로 선다면, 신자들은 절로 모여들게 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요즘에는 교역자들이 영적인 것보다는 인위적인 조건들을 따지는 것 같다”며 “머리가 앞서고, 사람 생각으로 하려 해선 안 된다. 예전에는 헌신하고 기도도 많이 하고 하나님께 매달리며 살았는데, 지금은 사람의 생각이 많이 가미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교회의 역할에 대해선 “지역을 섬기는 교회의 본래 사명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렇게만 한다면 부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회는 세워질 때부터 지역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선교를 열심히 잘 한다면, 지역사회에서도 오히려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증 원로목사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한국교회의 변화의 물결을 일으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상증 목사(86)는 에큐메니칼운동과 시민 운동의 산 증인이다.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그는 “예전에는 선교적 차원에서 교회가 학교도 병원도 고아원도 세우면서 공헌했고 그때는 이런 부분들이 시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이제는 국가가 그런 일들을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며 “선교의 장은 역사적으로 변해가는 데, 한국교회도 구태의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프론티어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문제라는 것은 항상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이를 개척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하지 않은 채 자기 배만 채우거나 배꼽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최근 메르스 유행에 대해 교회는 방관하고 있는데, 교회가 그야말로 교인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참여한다면 한 마디는 했어야 한다”며 “탈북자 문제도 새로운 것이지만, 개 교회 차원에서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어도 한국교회 전체로서 국가 정책을 형성하는 과정에 힘을 합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결교회에 대해서는 “한국교회 초기에는 평양신학교는 무너졌지만 경성신학원은 남아서 교육을 계속하는 등 한국교회 안에서 지도적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역할을 다소 상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교단 차원에서 후진들을 양성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때는 어떤 자리에 취임할 때부터 후임자에 대해 고민하라는 교육을 받았다”며 “리더들이 데리고 있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찾아주고 숨겨진 능력들을 찾아서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장해 주고 꽃을 피워 열매 맺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근모 원로장로
성결교회 대표적 평신도 원로인 정근모 장로(76·삼성제일교회)는 대한민국 1세대 과학자로서 세계적인 핵물리학 박사가 됐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설립의 산파 역할을 했으며 과학기술처 장관도 두 차례나 지냈다. 또 명지대 총장을 역임한 후 얼마 전에는 한국전력 고문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큰 도움을 주며 국가에 기여했다.

정 장로는 이러한 업적들로 바쁜 가운데서도 기독교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NGO 해비타트 이사장을 20여 년간 맡으면서 자원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심화되는 여러 교회들의 갈등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 장로는 “조금씩만 양보하면 될텐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들 욕심을 내는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전도하러 다닐 때 며칠 먹을 분량의 음식을 갖고 다니라고 하지 않으셨고, 하루면 족하다고 하셨다”며 “크리스천들은 이렇게 소박하게 살면 된다”고 했다.

한국전력 고문실에 있는 세계지도를 매일 바라본다는 그는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하는 나라가 이렇게 많은데 회장 감투가, 세상의 명예가 뭐 그리 중요한가? 나중에 예수님 앞에 섰을 때 ‘열심히 잘 살았다’ 그 말 들으면 최고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장로는 “북한이 곧 붕괴될지도 모르는데, 우리 성도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하는지 하나님께서 주목하고 계실 것”이라며 “돈이 많은 것보다, 마음을 어떻게 쓰고 사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나는 매일 자신에게 ‘예수 믿는 사람처럼 사는가’ 하는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떨어진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길도 ‘예수님을 닮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봉사하고, 베풀고, 용서하고,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며 “성결교회는 다른 교단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과거를 이야기하고 회상하기보다 미래를 바라보면서 성결교회답게 살아야 한다”고 권면했다.

그는 “우리 교계가 다양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수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인생을 살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느냐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면서 “신앙인에게 품성이 준비된다면 다 준비된 것이고, 품성의 힘은 꾸준히 계발하는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사람은 품성의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역설했다.

 

김상원 원로장로
김상원 장로(82·장충단교회)는 대법관 출신의 대표적인 원로 법조인이다. 교단 부총회장과 본지 발행인, 운영위원장도 지냈다. 한국교회의 갈등 해소를 위해 한국기독교 화해중재원을 개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세상의 법보다 화해와 용서를 명령하는 하나님의 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로는 최근 교단 안에 잦은 분쟁이 일어나고 교단법이 아닌 사회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에 큰 우려를 표했다. 김 장로는 먼저 “화해와 용서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성결’을 강조하는 성결교회가 이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회법 소송이 증가하는 것은 교단법 준수 노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교단 안에는 재판위원회, 헌법연구위원회, 법제부 등 법을 다루는 부서들이 존재하지만 때로 헌법을 거스르는 정치적 판단과 법 해석으로 교단법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교단법에 대한 불신은 사회법 소송의 증가와 기독교의 대사회 이미지 추락, 성도들의 헌금이 개인과 교회의 소송비용으로 낭비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장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2008년 설립된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화해중재원이 분쟁을 성경적 원리에 따라 화해·조정하고자 설립된 기관인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이 사회법에 의존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 장로는 또 교단법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재판위, 헌법연구위, 법제부 등 법 관련 부서를 구성할 때는 반드시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을 전문위원으로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비전문가로만 구성되었을 때보다 법 적용과 해석이 훨씬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헌법의 공천 조항에도 법조인 참여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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