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영성연구소 춘계 정기세미나

“예수의 시대나 우리 시대나 여전히 부조리한 시대적 아픔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질문보다 내가 고통받는 자들에게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고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영성연구소(소장 조성호 교수)는 지난 5월 14일 성결인의집 존 토마스홀에서 제6회 춘계 정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시대의 아픔과 기독교 영성’을 주제로 발표한 박영식 교수(서울신대)는 “고통받는 자들의 부르짖는 소리를 가로막지 않고 그들의 탄식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예수의 삶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박영식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박 교수는 “지난 해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국가에 대한 불안감과 부조리한 고통을 안겨줬다”며 “어떤 이는 이런 고통과 악에 대해 ‘인간의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하지만 기독교인은 삶의 부조리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간의 삶을 구조적으로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악인데, 우리는 이것을 ‘사회적 악’, ‘구조적 악’이라고 부른다”며 “세월호 사건과 같은 아픔은 부조리한 인간의 문제이자 부정과 부패로 점철된 사회적 구조 속에서 일어난 악으로 모든 인간이 마땅히 떨치고 일어나야 하는 사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몰트만의 주장을 근거로 “하나님은 고난의 반대편에 계신 것이 아니라 고난의 상황 안에 계신다”며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일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결정해 놓으신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세상을 끝까지 사랑하기로 결심하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은 하나님에게 대립각을 세우며 악을 행하지만 하나님은 끝까지 세상을 품으신다는 것이다.

또 박 교수는 우리 시대에 추구해야 할 영성으로 침묵과 경청, 기억과 공감, 저항과 실천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고통의 원인을 해명하거나 고통당하는 자의 잘못들을 들춰내 그들을 질책하려는 태도를 수정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에서 ‘내가 그들에게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