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수 목사(안산백합)
주일 오후예배를 마치고 백합교회 고등부 학생들과 족구를 하기위해 단원중학교로 향했지만 유쾌하지 않았다. 운동을 하기에는 단원중학교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단원고등학교가 더 넓고 좋았지만 애써 외면을 했다.

세월호 사건만 아니라면, 우리 아이 5명이 희생되지 않았더라면 왁자지껄 낄낄대며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단원고로 호기 있게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잔인한 세월호 사건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내 마음 한 쪽에 아직 보내지 못한 내 아이들이 있다.

당시 “절대자의 소행(?)”으로 몰아가던 사람들의 독선적 해석과 어두운 바닷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엄마 아빠를 부를 아이들의 생각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안타까움에 오열하는 가족들, 그리고 성도들 앞에서 목사인 나는 흔들려서는 안되었다.

사람의 탐욕과 잘못에서 비롯된 사고를 하나님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목사로서 할 수 있는 절대자에 대한 변호였다.

그러나 그 분과 독대하기 위해 강단에 엎드릴 때는 “왜 우리 아이들의 비참한 죽음을 허용하셨냐”고 묻고 묻고 또 물었다. 마치 하박국 선지자가 신 앞에서 항변하던 것과 같이 나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물음과 원망과 토로가 그러했으리라. 하지만 강단을 내려왔을 때는 의연하게 처신해야만 했다.

아이들의 장례를 치른 후에는 페북에서 노란리본도 떼어냈다. 페북에 달린 노란리본은 아이들을 생각나게 하였고 그것은 슬픔과 아픔으로 이어졌기에 과감하게 떼어 버리고 절망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하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2015년 봄을 맞이했다. 그리고 고등부 학생들과 족구를 하기 위해 단원고가 아닌 단원중학교로 향했던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 ‘망각’이라고 한다. 왁자지껄 티 없이 맑게 뛰노는 우리 고등부 아이들을 보며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아직 자식을 가슴에 묻고 있는 유족들의 아픔이 걱정이다. 정부는 유족들의 진상규명과 달리 세월호 사건을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 지어 세월 뒤편으로 보내고자 한다. 약자의 설움을 무엇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부디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우리 주님의 사랑과 위로가 유족들의 상처를 만지셔서 치유하시기까지 기도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진정 하늘 시민으로서 품어야할 온전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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