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성결의 거목, 김태구 목사님의 별세소식을 접하면서, 후배의 한 사람으로 고인의 유지를 되새김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영광스럽게도 조사(弔辭)를 맡게돼 더욱 옷깃을 여미는 심정으로 장례예배에 임했다.

조사를 통해서 밝혔지만, 고인은 “성결교단의 큰 바위얼굴” 이었고, “성결의 원형질”이었기에,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그분이 94년의 생애를 통해 웅변한 ‘성결한 삶’이 어떤 무게감을 갖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주성결교단이 교단장으로 결의한 점이 돋보였다. 6년 전 고인에 대한 자서전적인 설교집 ‘온전한 구원 거룩한 생활’ 출판을 주도했던 미성대 류종길 총장이 고인의 마지막 장례절차까지 최선을 다해 섬기는 모습이 큰 감동이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86세의 김성호 목사(기성 초대 교육원장)가 미주를 방문해 장례예배 설교를 담당하는 등 고인의 옛 친구들이 원근각처에서 모여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며 훈훈한 의리와 우정을 나누는 장면은 후배들에게 교단의 역사를 이루어 오신 ‘전설들의 무대’ 그 자체였다.

장례절차가 교단장으로 결정되었지만, 첫째날 장례예배는 고인을 사랑했던 제자와 후배들이 담당하도록 배려하고 예배순서를 오픈했다는 점은 미주성결교단이 얼마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가를 잘 드러냈다.

또한  평소 고인이 “성결 복음”선포를 핵심으로 사역했던 점을 고려하여 장례예배 후 고인이 설교했던 “성결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편집하여 CD에 담아 조객들에게 선물한 것은 장례예배의 품격을 높인 섬세한 배려였다.

이날 장례예배는 한마디로 그리스도인의 장례예배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94세까지 장수하신 고인의 건강한 삶에 어울리도록 관습적으로 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천국환송예배’의 분위기, 즉 차분한 가운데 감사하며 축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조객들로 하여금 모범적인 그리스도인의 임종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격조 높은 장례예배였다.

한 스승의 별세와 그에 따른 제자와 후배들의 끈끈한 의리가 장례예배 전반에 흐르는 큰 흐름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화해와 용서 그리고 하나 됨을 이루는 은혜로운 장례절차였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90세 전후의 고인의 옛 친구들이 조우하여 옛 일을 추억하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후배들과 조객들에게는 변화무쌍한 이 시대에, 변치 말아야 할 지고지순한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한편의 멋진 설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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