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깎아 만든 11개 랄리벨라교회, 경이로움 자체
헌신적 신앙으로 23년간 돌을 깎아 교회 완성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는 교회이자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성 기오르기스교회.

에티오피아 북부 해발 2800m에 달하는 고산과 초원으로 이루어진 랄리벨라(Lalibala)에는 세계 불가사의로 손꼽히는 돌로 깎아 만든 11개 암굴교회가 있다.

11개의 암굴교회는 고대 에티오피아의 왕 랄리벨라가 지은 것으로 이곳에 교회를 지으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암석을 깎아 교회를 세웠다는 설과, 랄리벨라 왕이 제2의 예루살렘처럼 만들기 위해 교회를 지으면서 12세기 당시 득세했던 이슬람의 공격에 대비해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암굴교회를 지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랄리벨라는 해마다 순례자 수천 명의 발길이 이어지는 아프리카 최대의 기독교 성지라는 점이다.

커다란 바위산을 위에서부터 수직으로 깎아내려 간 암굴교회는 보는 것만으로도 순례객을 압도하는 신비함이 있다. 제2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랄리벨라에서는 고대 에티오피아인들의 열정 가득했던 신앙의 흔적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1개의 랄리벨라 암굴교회는 북쪽에 6개, 남쪽 4개, 그리고 강북의 남서쪽에 홀로 떨어진 성 기오르기스 교회가 있다. 11개 교회 이름은 모두 성경의 인물과 기독교 상징의 이름을 본뜬 것으로 교회마다 이름에 걸맞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11개 교회가 지하터널로 연결되어 미로 같은 길을 지나면 또 다른 교회를 만날 수 있는 것도 특별한 체험이다. 교회를 잇는 통로는 한 사람이 다닐 만한 좁은 길도 있고,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겸손의 길, 빛 한 줄기 없어 앞 사람을 의지해야만 건널 수 있는 암흑의 길도 있다. 이 모든 길의 끝에는 교회가 이어져 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한 메드하네알렘(Medhane Alem)교회이다. 이 교회는 11개 교회의 관문으로 72개의 기둥이 교회 안팎을 받치고 있어 그리스 신전같은 형태로 느껴진다. 지금은 교회의 훼손을 방지하고 보수공사를 위해 철판 지붕을 씌우고 철제 보호 기둥을 세워 놓아 전체적인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없는 점이 아쉽다. 교회 한편에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의 빈 무덤을 만들어 놓았다.

메드하네알렘교회에서 동굴을 건너면 3개의 교회가 있는 큰 안뜰이 나온다. 왼쪽에 다나겔교회, 오른쪽에 메스켈교회, 가운데가 마리암교회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린 두 강도 중 한 사람은 천국에, 다른 한 사람은 지옥에 갔음을 표현해 3개 교회가 세워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 중 마리암교회는 11개 교회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교회 중 하나로 유일하게 내부가 채색되어 있다. 교회 내부에 프레스코화와 조각 장식이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묘를 복제한 유물도 있다. 또 성전 곳곳에 성경의 이야기를 새겨놓아 문맹자들이 성경의 이야기를 알 수 있도록 한 점도 독특하다.

메스켈교회는 오른쪽의 바위벽을 깎아서 만든 교회로 ‘십자가의 집'이라는 의미이다. 작은 동굴로 이뤄진 메스켈은 성직자들이 동굴 안에 살면서 찬송도 부르고, 성경도 낭독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랄리벨라 스타일의 금속제 십자가를 꺼내 보이면서 사진을 찍도록 허용하기도 한다.

북쪽 교회의 맨 뒤쪽에 있는 골고다미카엘교회는 한몸처럼 붙어 있는 쌍둥이 교회다. 마리암 교회와 동굴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미카엘교회는 황제의 예배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골고다교회는 교회 방문 자체가 천국의 자리를 예약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골고다미카엘교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곳이고, 오른쪽에 있는 교회 커튼 뒤에는 랄리벨라 왕의 무덤이 있는데 예전에는 관람이 허락됐지만 최근에는 관람을 금하고 있다.

랄리벨라 왕의 무덤과 골고다미카엘교회는 여성은 입장할 수 없다.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혔을 때 여성들은 무덤 속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그 전통에 따라 지금도 여성들은 들어가지 못한다. 바로 옆에 데가겔교회는 여성을 위해 만든 교회로 여성 출입이 자유롭다.

가브리엘라파교회
가브리엘라파엘교회는 교회 앞 천국으로 가는 요단강을 축소해 만들어 놓아 볼거리를 더한다. 특히 이곳에서 다음 교회로 이동하려면 어둠 속에서 지옥체험의 길을 건너는 특별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임마누엘교회와 예수의 생애를 그린 벽화가 보관돼 있는 메르쿠리오스교회, 베들레헴교회, 아바리바노스교회까지 지나면 가장 유명한 성 기오르기스(Gyorgis)교회에 다다른다.

마지막 코스인 ‘기오르기스교회’는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교회로 유네스코 지정 유적지이며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가장 나중에 만든 만큼 11개 교회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

땅 위에서 바라보는 십자가 모양의 독특한 교회 지붕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품이다. 십자가 3개를 겹쳐 조각해 만든 지붕은 이 건물이 얼마나 독특한지를 보여준다. 평지에서 지하 깊이로 내려가야 맞닿는 입구까지 12m 깊이의 3층 건물을 돌을 깎아 내려갔다니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특히 노아의 방주를 상징해 3층으로 지은 이 교회는 3층 깊이까지 돌을 깎아서 신앙을 표현한 고대인들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교회는 입구부터 독특하다. 십자가형 본 건물로부터 옆으로 조금 떨어진 땅 위부터 바위를 깎아서 도랑 같은 길을 만들어 점점 깊이 들어가다 어느 지점에서는 지하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동굴을 통해서 조금 들어서면 바로 지하 교회 입구에 들어서게 된다. 교회 안에 들어서면 아름답고 신비한 십자가도 만나 볼 수 있다.

에티오피아 랄리벨라가 제2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이유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느껴지는 고대 사람들의 뜨거운 신앙 열정과 그 유산 때문이라고 믿어진다.

에티오피아 곳곳에 천혜의 볼거리

에티오피아는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비롯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훌륭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숨어 있다.

곤다르성

곤다르의 파실게비 유적
에티오피아 북부의 곤다르에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곤다르는 1855년까지 280여 년 동안 에티오피아의 수도였을 정도로 번성했던 지역이다.

당시 에티오피아가 얼마나 번영을 누렸는지는 역대 곤다르 황제들이 거주했던 황궁 파실게비 유적을 통해 융성했던 에티오피아의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파실게비는 하나님을 신실하게 사모했던 파실리다스(fasillidas) 황제가 그의 재임 초기인 1632년에 지은 궁전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유일한 궁전으로 ‘아프리카의 카멜롯’으로 불리고 있다. 비록 지금은 수단 무슬림의 침략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아 성벽만 남아있는 성이 많지만 몇몇 성은 그 모습을 보존하고 있어 직접 성에 들어가 볼 수도 있다.     

높다란 궁전을 비롯해 도서관, 요하네스 1세의 법원, 아들 이야수 1세의 궁전 등 대지만도 약 6만6115㎡(2만 평)에 이른다. 건축 양식은 스페인 가톨릭과 악숨제국 양식이 혼합되어 독특함을 품고 있다.

144개 천사의 얼굴을 품은 교회
곤다르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나면 이야수 1세가 세운 데브라비르한셀라시에(Debra Birhan Selassie)교회가 나타난다. 교회 입구에서부터 엎드려 기도하는 신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교회 내부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성화와 성경의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이 교회 안에 가득하다.

가장 큰 볼거리는 교회 천장에 그려진 144개의 천사 얼굴이다. 1694년 개관 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이 천장화는 모두가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올려다보면 조금씩 다른 천사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인류의 시조 ‘루시’, 한국전쟁 참전기념관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 중에서 가장 오래된 ‘루시(Lucy)’를 만날 수 있다. 아디스아바바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루시 화석은 약 350만 년 전 최초 직립 보행인의 진품 유골화석으로 현생 인류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쟁에 3500여 명의 군대를 파병한 전우의 나라 에티오피아의 수도에는 춘천시의 도움으로 건립된 한국전쟁 참전기념관도 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