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영 목사(본지 편집위원∙장충단교회)
미국 상원의 채플 인도자와 상원의장을 지낸 리처드 핼버슨(Richard C. Halverson)의 말입니다. “처음에 교회는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중심에 둔 사람들의 교제 모임이었다. 그러나 그 후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하여 철학이 되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 유럽으로 넘어가서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스카이 제서니, 하나님을 팝니다)

사람들은 이에 더하여 “교회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재벌(대기업)이 되고, 목회자에게는 권력이 되었다”라고 하였습니다.

올해는 양의 해입니다. 목사(牧師)라는 이름(Pastor)은 양치기(poimen)를 말하는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내 어린양을 잘 먹이고 양들을 치라”고 하셨습니다. 바울 사도께서도 에베소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성령께서 맡겨주신 양떼를 위하여 전념하라”고 하였습니다(행 20:28. 엡 4:11).

새해의 첫걸음을 내 디디면서 오늘날의 교회에서 목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지, 목회자에게서 양을 먹이고 기르는 모습, 교인에게서 양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지 질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목자의 소지품은 오직 지팡이와 막대기(채찍)뿐입니다, 허리에 달고 다니는 막대기는 사나운 짐승을 쫓거나 도둑에게서 자신을 보호하는 도구입니다. 오늘날 교회의 지도자들은 목자로서 자기만을 위하여 소지한 것이 너무 많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양의 특성은 고마움을 잘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소금이나 한 줌의 알곡 또는 풀을 준 것, 위험할 때에 구해 준 일을 결코 잊지 않고 그 사람을 따라갑니다.

함께 있는 동료나 새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지만 목자가 부르면 동료뿐 아니라 심지어 새끼를 두고도 쫓아갈 만큼 목자를 따릅니다.

인내심 또한 대단하여 목자가 털을 깎을 때 한 번 그 손에 잡히면 비록 가죽에 상처가 나서 아프더라도 끝까지 맡기고 참습니다.

양털은 값진 섬유가 되고, 젖은 영양가 높은 음식이며 가죽과 고기, 뼈와 내장은 물론이고 똥까지도 연료로 쓴다 하니 버릴 것 하나 없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여호와께서 나의 목자가 되시니 내게 아무런 부족함이 없습니다”라고 행복을 노래하였습니다(시23:1). 바꾸어 말하면 “나는 하나님의 양입니다”라는 고백이 만족함을 가져다 준다는 뜻입니다.

내(我)가 양(羊)이 된다는 뜻의 두 글자를 합하면 의(義)가 됩니다. 진정한 의(義)는 자신의 올바른 행위나 도덕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한국 교회가 새로워지기를 소원하면서 우리 성결교회로부터 철학이 아닌 생명의 양식이 공급되고, 문화가 아닌 삶을 나누고, 제도가 아닌 가족 공동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사랑의 보금자리, 권력이 아닌 나눔과 섬김의 본질이 회복되어야 하겠습니다.

목회자는 많은 양(量)이 아닌, 양(羊)을 많이 사랑하는 선한 목자로 신자는 “멍에에 익숙하지 못한 송아지”(렘 31:18)가 아니라, 이름을 부르면 음성을 듣고 따르는(요 10:4) 순결한 양으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의 기운을 뜻하는 천간(天干) 중 갑과 을은 푸른 색깔로 표현합니다. 땅의 요소 12가지의 지지(地支) 가운데 미(未)는 양을 말합니다. 그래서 지난 갑오년 말의 해는 청마의 해였고, 올해 을미년 역시 청양(靑羊)의 해입니다. 방위로는 동쪽, 계절로는 봄의 색깔입니다.

넓은 바다와 같이 평화의 색이며, 순수한 사랑으로 인한 애틋한 그리움, 절망 가운데서도 하늘을 바라보는 희망의 색깔입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늘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빛깔 고운 노래가 있습니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하늘처럼 자라는 파란 마음, 겨울엔 산도들도 지붕도 하얀 눈으로 덮인 속에서 깨끗하게 자라는 하얀 마음을 노래한 동요입니다.

청양의 해, 우리 한국 교회가 파란 희망으로 꼴을 먹여서 양의 냄새가 배어 있는 목자들이 있고 순결한 마음으로 목자의 음성을 듣고 따르는 양들로 이루어진 목장을 회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양(量)이 아닙니다. 양(羊)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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