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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이 간절한 그곳, 구룡마을
새해 밝았지만 잿더미 여전 …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가
올해 개발 착수 … 집 한 칸 갖는 꿈 이뤄지나
일시적 지원 아니라 ‘함께하는 모습’ 보여야
[979호] 2015년 01월 07일 (수) 15:21:38 성결신문 webmaster@kehcnews.co.kr

   
▲ 지난해 11월 9일 화재로 십자가 철골만 남은 임마누엘교회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은 화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화마가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화재 지역은 마치 전쟁터와 같다. 새까맣게 탄 목재와 가구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화재 복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이곳이 곧 철거될 지역이기 때문이다. 도시개발이 예정돼 있어 이곳에 남은 주민들은 굳이 화재가 아니더라도 마음은 이미 새까맣게 타들어 간 지 오래되었다. 화재 현장을 복구하지 않은 것도 이곳에 다시 주거할 공간을 만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화마에 할퀴고 외로움에 찢기고
멀리 강남의 빌딩 숲이 내다보이는 구룡마을은 도심의 외딴 섬과 같다. 이런 구룡마을에는 불청객이 자주 찾아온다. 바로 화재다. 2014년 11월 9일에도 7-B지구에서 불이 나서 8지구 전역까지 확산됐다. 최근 5년 사이에 벌써 1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판잣집 대부분이 목재, 비닐과 솜처럼 생긴 단열재 등 불에 타기 쉬운 자재로 지어져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골목도 좁고 복잡해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그래서 피해도 크다. 이날 화재로 70대 남성 한 명이 숨졌고 구룡마을 5만8080㎡ 중 900㎡와 무허가주택 16동 63채가 불에 타 총 136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이재민들은 지금 5가구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으로 옮겨 겨울을 나고 있다. 임시적이고 한시적이긴 구룡마을이 재개발 될 때까지 새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남은 5가구는 임대주택 입주를 마다 하며 주민자치회관에 머물러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 15만여 원의 임차료를 내기는 무리라는 게 이들의 임대주택 입주를 반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주민자치회관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는 이재민들도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강남구청이 지난달 17일 이들이 임시거처로 사용 중인 주민자치회관 철거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 불타 폐허가 된 구룡마을 너머에는<BR> 높다란 빌딩들이 즐비하다.
현재 이재민들이 임시거처로 사용하고 있는 주민자치회관은 농수산물 직거래용 가설 점포로 신고됐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철거 시점인 31일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철거 움직임은 없었지만 이재민은 언제 쫓겨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었다.

다타버린 교회당 … 그래도 희망을
주민자치회관에 머물고 있는 가구 중에서도 다른 이유로 임대주택으로 이주를 마다 하고 이곳에 머물고 있는 가정도 있다. 이번 화재로 선교원 120㎡를 포함해 모두 240㎡ 규모의 교회 건물 및 시설이 전소된 임마누엘교회(기하성서대문) 이병주 목사의 가족이다. 그가 화재로 잃은 것은 집이 아닌 교회당이기 때문이다. 불탄 교회 터엔 검게 그을린 십자가와 앙상한 건물 골조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불에 타 없어진 것은 건물이지 임마누엘교회가 아닙니다. 여전히 우리 교회 성도들은 이곳에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의 바람은 마지막 한 사람이 떠날 때까지 자신이 사역할 수 있고 함께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목사는 최근 새로운 예배시설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안으로 개발이 시작되면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100% 수용방식 개발에 합의해 구룡마을 재개발사업 착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서울시는 현 거주민들이 재정착 할 수 있도록 1250세대는 영구·공공임대아파트로 공급할 계획이다. 구룡마을 사람들에게도 ‘판자촌’에서 벗어나 안정된 주거를 갖게 될 꿈이 멀지 않은 것이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이제 지난 날의 모든 아픔은 잊어버리고 그들의 꿈꾸는 세상을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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