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위로·희망 남기고 … 교회엔 갱신 과제 안겨
약자에 무관심 사회 경종 … ‘섬김의 삶’ 실천

8월 14~17일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섰다. 사진 제공:교황방한준비위원회
강조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14~17일 한국을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기간은 짧았지만 한국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교황, 소외된 자에게 손 내밀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낮은 곳에서 몸소 섬기는 자세를 실천했다.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이자 바티칸 국의 최고 수장이면서도 스스로 몸을 낮추고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종교지도자의 섬김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장애아동에게 입맞춤하며 강복했으며 새터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카퍼레이드를 하던 도중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김영오 씨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왼쪽 가슴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리본이 달려 있었다.

이런 교황의 모습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위로와 돌봄, 사랑이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섰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스스로를 낮춘 겸손함, 자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모습에 국민은 감동했으며 존경의 표시를 보냈다.

한국교회 리더십 되돌아 봐야
교황의 방한을 바라보는 교계의 반응은 다양했다. 몇몇 단체에서는 교황의 방한을 반대하는 시국기도회를 연속 개최했으며 시복식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방한 기간에 직접적 충돌은 없었지만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황의 방한에 국민이 왜 이렇게 환호했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대 명예총장 조종남 박사는 교황이 왜 전 세계적으로 환영받는지 돌아보고 한국교회가 영적 각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박사는 “교황의 방한으로 교인 수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지 말고 왜 그가 존경받고 환영받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교회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과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세를 배우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길용 교수(서울신대)는 한국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영적 공허함과 정치, 사회에 대한 실망감이 교황의 방한으로 표출된 것으로 진단했다. 이 교수는 “교황의 방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그의 메시지에 감동을 받은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교회의 영적 리더십 부재,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신앙생활을 드러낸 것”이라며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고통을 복음으로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계, 행동하는 신앙 필요해
교황이 전한 메시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방한 기간에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 위안부 피해자,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는 일에 힘썼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메시지에서 많이 쓰인 단어가 ‘위로’와 ‘가난’이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는 “내가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로 그들을 위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 그는 마지막 미사에서 앞줄에 앉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보자 허리를 굽히고 한 사람씩 인사를 나누며 대화했다. 교황은 바로 뒷줄에 앉은 강정마을 주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주민, 용산참사 유족, 장애인들과도 인사한 뒤 제단에 올랐다. 예수님이 소외된 이웃을 섬기고 그들과 교제했던 모습을 직접 실천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땅을 떠났지만 가톨릭은 물론이고 개신교인들에게도 남기고 간 과제가 있다. 최인식 교수(서울신대)는 “교황이 보여줬던 낮은 자에게 먼저 다가서서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나눴던 모습은 개신교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감당했던 일이지만 언제인가부터 이런 모습을 잃고 있다"며 “교회 내 신앙생활만을 강조하는 신학에서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섬기는 신학으로 변화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칸의 아시아 선교전략
반면에 이번 방한이 바티칸의 치밀한 전략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시아를 겨냥한 동방공정의 일환이었다는 의미이다. 한국은 가톨릭 입장에서 효자 국가이다. 수많은 박해 속에서도 500만 명의 신도를 자랑하고 교황청 분담금 아시아 1위이기도 하다. 즉, 장기적인 포교활동을 위해 전략적으로 한국 방문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교황은 로마로 떠났다. 개신교는 이번 교황 방한이 주는 메시지를 새기고 동시에 가톨릭의 적극적인 포교활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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