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사랑은 차별이 없어요”
주일에도 주일학교 열어 … 성찬식 등 차별 없는 은혜도 누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와 부활절에 묻혀 쓸쓸하게 지나갔다. 교단에서도 부활절 다음 주일을 장애인 주일로 정하고우리 사회의 약자인 장애인 문제를 돌아보고자 정했지만 여전히 관심이 적다. 그래서 장애아를 데리고 교회를 나가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들에 대한 편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주일이 아니더라도 매주 장애인과 함께하는 교회가 있다. 바로 춘천에 있는 소양교회(이원호 목사)다. 소양교회는 1996년부터 장애인을 위한 주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마음껏 사랑을 누리’라고 해서 ‘사랑누리토요학교’다. 올해는 ‘장애인 주일학교’도 문을 열었다. 장애인과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는 사랑누리토요학교를 찾았다.

갈 곳 없는 토요일 우리는 교회로 가요
사랑누리토요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지적장애와 정서장애,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고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학생 23명이 매주 이곳을 찾는다. 초등학생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지만 이곳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18년을 다녔는데 아직 졸업(?)을 못하는 친구도 있고, 학생 절반가량은 어린아이 때 나와 성인이 되도록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장애인들은 토요일이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춘천에 있는 장애인을 위한 학교나 주간보호센터는 대부분 토요일에 쉰다. 주일에는 문을 여는 곳이 아예 없다. 사랑누리학교가 토요일 문을 열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갈 데도 없고, 받아주지 않는 그들이 마음껏 사랑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애인들에게 고통은 장애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들을 원하지 않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거부감’이 가장 큰 고통이다. 그렇지만 사랑누리학교는 거부감을 느낄 수 없는 곳이다.  오전 10시 등교부터 오후 3시 귀가까지 교사 한 사람이 장애학생 1명을 보살핀다. 예배와 공과공부를 비롯해 식사와 간식, 음악과 미술수업, 체육수업, 용변까지 모든 일과에서 교사들은 그림자처럼 그렇게 학생들과 함께한다. 그래서 사랑누리 학생들은 토요일을 가장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정신지체 1급인 배영근 씨(24세)는 표현이 부족하지만 토요일만 되면 두 손을 기도하는 손 모양으로 모으고 엄마를 좇아다닌다고 한다. 교회 가자는 표현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심한 심장병도 있고, 뇌출혈도 발병한 고위험군 환자다. 육안으로 봐도 뭔가 심상치 않은 병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히 부모로서는 사랑누리학교에 보내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토요일만 되면 ‘교회에 가자’고 조르고, 스스로 머리를 감고 옷도 갈아 입고 기다려 부모도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보낸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도 교회 입구에 들어서면 소리를 지르면서 요란스럽게(?) 입장을 한다. 그들의 해맑은 웃음에서 행복이 느껴졌다. 

예수님의 살과 피 아주 맛있게 먹어요
지난 4월 19일에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부활절을 앞두고 예배 후 성찬식이 거행됐다. 지적장애와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다. 지적장애인에게 성찬을 베푸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모르는 소리다. 성찬식 내내 아이들은 평소와 다르게 제법 진지했다. 목사님이 집례한 이날 성찬식에서 학생들은 포도주스와 빵을 아주 맛있게 받아 먹었다.

변춘자 권사도 “성찬식에는 유독 의젓하고 조용하게 참여해 함께하는 교사들도 은혜를 받는다”고 말했다. 비장애인과 똑같을 순 없었지만 더 감동적이었다. 평소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성찬식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성찬에 참여하는 것마저 눈치가 보이고, 특별한 혜택을 받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다고 한다. 사실, 아이를 데리고 교회를 가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할 때가 많다. 행여나 예배에 방해가 되거나 외면받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또 아이를 돌보다 보면 예배도 제대로 드리지 못할때가 많다.

장애인을 위한 주일학교는 턱없이 부족하다. 본 교단에서는 은평교회(한태수 목사)와 천호동교회(여성삼 목사) 등 일부 교회에만 장애인 부서가 있다. 그래서 소양교회도 금년부터 장애인 주일학교 문을 열었다. 오전 11시 30분 부모들이 예배드리는 시간에 별도의 예배와 공과공부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이라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지만 주일학교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즐거운 음악시간 재미난 체육수업
점심식사 후 2교시는 음악 수업. 예배실은 벌써 음악소리가 가득했다. 격주로 음악과 미술 수업이 병행되는데 음악시간은 장애우들이 무척 좋아하는 과목 중 하나다. 목소리를 높여도 괜찮고 악기도 맘껏 두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찬양은 예수님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노래다.

“나는 이태훈, 예수님이 사랑하는 이태훈입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함께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노래를 불렀다.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었다. 이날 수업은 자기 이름을 넣어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다른 때보다 더 흥겨워 보였다. 

노래 연습이 끝나자 각종 타악기 연주회도 열렸다. ‘짝짝’ ‘둥둥둥’ ‘쨍쨍쨍’ 교실은 금세 다양한 타악기 소리로 가득 찼다. 그야말로 한껏 신이 난 잔치 분위기다. 리듬도 박자도 잘 맞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아름다운 연주회 같았다. 즐거워 마냥 웃는 모습이 천사들의 합창처럼 들렸다. 음악시간 1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엄마 만큼이나 따뜻한 선생님
음악시간이 끝나고 간식이 나왔다. 반별로 오순도순 앉아서 오렌지를 먹었다. “예수님, 맛있는 간식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장애우 학생이 더듬더듬 감사기도를 했다. 줄줄 나오는 기도는 아니었지만 선생님은 “기도를 아주 잘했다. 지난번보다 더 잘했다”며 칭찬했다.

3교시 체육수업에는 교사들의 더 많은 손길이 필요했다. 균형 잡기 수업을 할 때는 양쪽에 학생들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성공한 학생들과는 하이파이브도 했다.

교사들은 토요일을 학생들을 위해 반납한다. 오전 10시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오후 3시 귀가할 때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지난주(4월 19일)처럼 야외수업이 있는 날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신경 쓸 일도 많지만 아이들이 즐거우면 그걸로 그만이다. 

중학생 자원봉사자부터 나이가 가장 많은 부장 김상기 장로에 이르기까지 교사 20여 명은 장애학생들의 곁에서 늘 손과 발이 되어줬다. 학생들은 그런 교사들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다.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교사들이 있어서 그들은 오늘도 행복한 수업을 마쳤다.

사랑누리토요학교의 교사들은 장애인을 가족처럼 친구처럼 18년을 그렇게 한결같이 장애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원호 목사는 “아무리 심한 장애인이라도 장애 그 자체가 고통이 아니라 거절감이 가장 큰 고통이다”면서 “외적인 필요를 채우는 행위만이 아니라 친밀한 관계를 통한 사랑 나눔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양교회 예수사랑선교부(부장 김상기 장로)에서는 장애인주말학교와 주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또 매달 장애인을 위한 목욕봉사도 진행하고 있으며, 반찬봉사 등 장애인 섬김 사역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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