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토요일은 성금요일과 부활절 사이에 끼인 날입니다. 이날에는 죽은 자는 그의 삶에 따라 평가되기 때문에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며 은혜를 나누려고 합니다.

예수님 생애의 주요 장면을 역순으로 살펴봅시다. 첫째 장면: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라고 부르짖습니다. 이 부르짖음은 강화된 절박한 기도입니다. 놀랍게도 당신을 부르는 하나님 아들의 단말마의 부르짖음에도 하나님의 응답은 없습니다.

그것은 버려짐의 극치입니다. 대적들과 대중 모두의 조롱 속에서, 하나님으로부터도 버려졌다고 느낄 만한 처참한 고통 속에서도 예수님은 결코 하나님을 포기하지 않고 그분에 대한 전적인 신뢰로 기도의 탄원을 올립니다. 그러고는 끝내 응답받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운명하십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끝까지 견지한 하나님에 대한 신뢰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장면: 대제사장을 비롯하여 사람들은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십자가에서 내려와 우리로 믿게 하라”고 예수님을 조롱합니다. 이 조롱은 엄청난 유혹이고 예수의 하나님 아들 됨을 무산시키려는 시험입니다. 시험은 광야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신앙고백을 한 베드로를 통해서도 일어났고, 지금 십자가상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유혹과 시험을 예수님은 물리치십니다. 그는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십자가에 달려서 죽습니다. 그럼으로써 예수님은 그 시험을 이겼고, 유혹을 물리쳤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구원의 역사를 일으키신 것입니다.

셋째 장면: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장 큰 계명을 묻는 서기관에게 유명한 쉐마의 말씀(신 6:4~5)으로 대답합니다. 예수님은 쉐마의 말씀에 “목숨을 다하여”를 집어넣고 이웃 사랑의 계명을 덧붙입니다. 이 두 계명을 함께 붙임으로써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대한 강도의 변화와 강조점의 전이가 일어납니다. 목숨을 다한 하나님 사랑! 그리고 이웃을 자기처럼 사랑함이 없이는 하나님 사랑은 없다! 이렇게 가르치신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 대속 죽음을 당하십니다. 이웃을 자기처럼 사랑하셔서 대신 죽으신 것입니다. 이렇게 죽으신 예수님은 정말 목숨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됩니다.

마지막 장면: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한다’는 하나님의 복음을 전합니다.
“이 복음은 엄청난 혁명적인 말씀입니다. 현존하는 세상 나라가, 영원할 것 같은 사탄의 나라가 뒤집힌다! 죽음과 지배와 예속과 미움과 멸시와 천대의 문화가 교묘하게 판을 치는 세상이 생명과 섬김과 자유와 사랑과 존엄과 영광의 문화로 바뀐다! 누룩이 밀가루 반죽을 부풀리듯이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 완전한 변화는 종말에 이루어지지만,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되었다.”

그의 선포와 사역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는 역동적으로 확산되어 갔습니다. 이처럼 인간 예수의 삶은 하나님의 뜻에 대한 철저한 순종과 목숨을 다한 하나님 사랑과 하나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나라 확산을 위해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시고 인간을 영육 간에 건강하게 만들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하나님 나라의 문화 공동체로 건설하기 위하여 애쓰시다가 하나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 가운데 돌아가셨습니다. 이런 예수님을 하나님은 아들로 인정하셔서 다시 살리셨고, 예수님은 찬란한 부활의 새아침을 맞이하셨습니다. 구원의 새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제는 그렇게 소중한 하나님의 나라와 그 문화가 더할 나위 없이 강조되어야할 때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목숨보다 진하게 사랑하며, 그분의 뜻을 철저하게 순종하여 하나님 나라와 그 문화의 확산을 위하여 매진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영광스러운 부활의 아침을 맞이하여 존귀한 하나님의 아들딸로 나타나서 하나님의 영광과 자유 가운데 영원히 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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