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겨울 날 오후에 한 분의 노신사가 지팡이에 의지하여 교회 마당 안으로 들어오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교역자에게 저 노신사를 안내하라고 했다. 그 노신사는 내 사무실로 안내되었다. 잠시 기도를 하신 후에 교회의 이름을 물으셨다. 그래서 00교회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 노신사는 모 교단 원로 목사님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시면서 젊은 목사인 저를 위로해 주셨다.

해가 저물고 날씨가 추워졌다. 그래서 “저녁식사를 드시지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안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집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집이 어디십니까? 집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더니 벽제 통일로로 가다가 우측으로 들어가서 약 10분 걸어가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 차로 모시고 갔다.

차를 옆길에 세워놓고 노신사 팔을 붙들고 집을 찾아 걸었다. 작은 움막 같은 집을 발견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저 집이 내가 사는 집이라고 하셨다. 조그만 현관이 있고 방이 하나 있는 한 칸의 판잣집이었다. 그래도 방에는 연탄불이 있어서 따뜻했다.

라면이라도 끓여 드리려고 하니 한사코 사양하시며 내일 새벽기도도 있으니 속히 하산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안녕히 주무십시오” 인사를 드리고 몇 발짝 나왔는데 저를 찾으시면서 들어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들어갔더니 “목사님 저를 한 번만 껴안아 주세요”라고 하신다. 그래서 그 목사님과 뜨겁게 포옹 하다가 울고 말았다. 목사님도 울고 나도 울고….

울음소리가 늦겨울 산야에 울려 퍼졌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안녕히 계십시오”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지금도 날씨가 추워지면 그 노신사 목사님이 생각난다. 그리고 흐느끼던 울음소리가 내 가슴을 울린다. 그때가 벌써 30년이 지났으니 그 목사님은 하늘나라로 가셨을 것이다.

원로목사님은 고향이 이북이었다. 1·4후퇴 때 잠시 나갔다가 오리라 생각하고 부모와 처자식을 두고 홀로 나오셨단다. 그 세월이 40여 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목사님은 군복무를 마친 뒤 신학교를 졸업하고 장로교단 목사가 되었다. 부임하는 교회마다 사모님 이야기를 해서 이북에 어린 남매와 같이 있어서 재혼할 수가 없다고 하셨단다. 그때마다 교회에 불화가 생겨서 교회를 옮기기를 여러 번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교회에서 이해와 동정을 해 주셔서 20여년을 목회하다가 은퇴하셨단다.

지금도 고향에 부모, 처자식을 생각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울며 기도한다고 하셨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통일로 길목에 집을 마련하고 사는 것도 통일이 되면 고향에 빨리 가려고 이곳에 준비하셨단다.

원로목사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나도 눈물이 나왔다. 또 목사님이 말씀하시기를 내일 새벽기도가 있으니 내려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인사를 드리고 하산했다. 그것이 원로목사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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